러시아 연해주 걷기 연맹 ‘젠센(Ginseng, 인삼)’이 주최하는 제1회 국제 우호 행진 ‘카츄샤 2024’가 10월 4~7일 북한 라선시에서 진행됐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9월 29일 해당 행사와 관련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극동지역과 북한·중국 영토에서 조선인, 중국인과 함께 소련군이 일본 군국주의자들을 무찌른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되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진 참가자들은 군사적 영광의 장소를 따라 걸으며 영웅들의 기념비에 꽃을 놓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여행사 ‘보스토크 인투르(Восток Интур)’ 사장인 인나 무히나는 4일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총 196명(북한 측 행진 참가자 포함)이 북한에서 행진할 예정이다. 행진의 최연소 참가자는 7살이고 최고령 참가자는 여행 중에 82세가 된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카잔, 올레네고르스크 등 다양한 도시에서 참가하러 왔다”라고 말했다.
타스통신은 “국제 우호 행진은 북한과 러시아 간의 관광 교류 강화를 기념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이에 앞서 7월 21일 공식 행사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사전 우호 행진이 진행됐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연해주를 통해 북한으로 가는 첫 육로 여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국제 우호 행진은 양국의 스포츠 분야 교류에 또 다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며 잔 쿠즈네초프 연해주 체육문화·스포츠부장관의 말을 인용해 “스포츠 분야에서 연해주와 이웃 국가와의 교류가 앞으로 더욱 강화되고 늘어날 것”이라고 짚었다.
여행 첫날인 10월 4일, 참가자들은 먼저 러시아 크라스키노에 있는 단지동맹기념비를 방문했다. 크라스키노(옛 연추)는 북러 국경지역인 하산과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단지동맹기념비는 안중근 의사와 관련된 곳이다. 광복회와 고려학술문화재단이 세운 비석에는 “1909년 2월 7일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결사동지 김기룡, 백규삼, 황병길, 조응순, 강순기, 강창두, 정원주, 박봉석, 유치홍, 김백춘, 김천화 등 12인은 이곳 크라스키노(연추하리) 마을에서 조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위하여 단지동맹하다. 이들은 태극기를 펼쳐놓고 각기 왼손 무명지를 잘라 생동하는 선혈로 대한독립이라 쓰고 대한국 만세를 삼창하다”라고 쓰여 있다.
같은 날 하산역에서 두만강행 열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북한에 있는 북러친선각(조로친선각)을 방문했다. 그후 라진으로 이동해 라선학생소년궁전으로 가서 아이들이 연주하는 것을 참관했다.
10월 5일 관광객들은 먼저 라선시에 있는 김일성 주석 동상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상에 헌화했다. 그리고 비파단(비파 모양 섬)으로 이동해 섬 내부 길을 따라 산책한 다음 물개 서식지로 유람선을 타고 가 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물개를 봤다.
비파물범은 몸길이가 1.5~2미터고 몸무게는 120~150킬로그램이라고 하며 북한에서 천연기념물로 등록되어 있다.
이날 오후 참가자들은 식료품 생산 시설, 소련군 묘지, 외국어 서점, 기념품 가게 등을 둘러봤다. 그리고 요리 명장과의 김치 만들기 체험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10월 6일 해안공원에서 제1차 국제 우호 행진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러시아 대사관에 따르면, 올레그 코셰예프 청진 주재 러시아 총영사와 엘레나 올레니나 ‘젠센’ 대표가 축사를 했다.
대사관은 “발언자들은 관동군 괴멸에 소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데 대하여 추억하면서 역사 왜곡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북러 협력이 지역 안전 보장의 중요한 요인으로 되고 있고, 양국 협력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관광 활동 분야에서의 발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라고 밝혔다.
코셰예프 총영사는 “2024년 러시아에서 천여 명의 관광객들이 북한을 방문했고, 그중 400여 명이 라선시와 함경북도를 돌아봤다”라며 “북러 협력은 2023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와 2024년 6월 평양에서 양국 정상 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 안보를 보장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를 더욱 강화하고 포괄적으로 발전시키며 모든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결심했다”라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북한 측 참가자들과 함께 사향산 산책로를 따라 행진했다. 출발 전에 이들은 즉흥 음악회를 열어 러시아 민요들을 불렀다.
그리고 행진하면서도 러시아 노래 「카츄샤(Катюша)」, 「행복의 새(Птица счастья)」 「진정한 친구(Настоящий друг)」 등을 함께 불렀다.
행진 경로는 길이 8킬로미터, 경사면 600미터였다. 대사관은 “매우 어려운 노정이었음에도 모두 성공적으로 결승선에 들어섰다”라고 언급했다.
완주한 참가자들은 유리 그라체프 연해주 체육문화·스포츠부 체육문화·스포츠·스포츠예비훈련국 국장으로부터 완주증을 받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온 알라 세멘키나는 “나는 자연에 이끌렸다. 나는 이 행진에 가고 싶었다. 정말 환상적인 풍경이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달네고르스크에서 온 류드밀라 모로조바는 “북한에서 받은 인상은 매우 따뜻했다는 점이다. 친절하고 개방적이었으며 사람들의 웃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건설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리나 니콜라예바는 “나는 기쁜 마음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행진 외에도 기업소, 학생소년궁전, 해변을 견학하는 등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친절함과 관심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양국 우호 관계가 다시 활력을 띠게 되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10월 7일 두만강지역으로 이동해 북·중·러 국경 표식비,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승전대 기념비 등을 보고 러시아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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