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파병설, 제대로 된 증거가 없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해 러시아를 돕는다는 주장이 단 일주일 사이에 전 세계를 뒤덮었습니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 정치인들이 북한군 파병설을 사실로 단정하거나, ‘만약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붙이며 사실상 ‘사실’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근거로 드는 증거는 너무 허술해 증거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공개한 여러 영상을 봅시다.
다음으로 영상의 화질이 너무 떨어져 사람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게 북한군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사실 얼굴이 제대로 보여도 확인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어떤 사람은 영상에 나오는 얼굴이 북한 사람이라기보다 동남아 사람에 더 가깝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우크라이나가 영상을 찍었다는 러시아 연해주의 세르게옙스키 훈련장에서 9월 하순 라오스 군인들이 러시아군과 연합훈련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니 그 영상은 라오스 군인을 찍은 영상일 수 있습니다.
영상에서 나오는 말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데 언론은 북한말이 들린다고 합니다. “야야”, “힘들다야”, “늦었어”, “물” 같은 짧은 단어들인데 아무리 자세히 들어봐도 그런 말은 가려듣기 힘듭니다. 게다가 ‘야’, ‘물’ 이런 말이 북한군 증거라는 것도 황당합니다. ‘바이든 날리면’ 수준입니다.
북한군 장교 출신 탈북자 홍 모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군은 외부에 나가서는 절대 반말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군복 등을 지급받을 때도 줄을 서서 받지 않으며 이름을 부르면 나가서 받는다고 합니다. 또 오로지 자기 지휘관 명령만 들을 뿐 러시아 군인의 명령을 절대 듣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영상에 나오는 모습은 북한군 모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정원이 러시아 군사기지에 모여있는 북한군이라며 공개한 위성사진을 보면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습니다. 위에서 찍었으니 당연히 모자만 보일 뿐 얼굴을 확인할 수 없고 너무 멀리서 찍어 깃발이나 휘장 같은 표식도 안 보입니다. 그냥 야외에 모자 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 말고는 아무런 정보도 없는 사진을 보여주며 북한군 파병 증거라고 합니다.
이처럼 정부 기관에서 공개한 사진과 영상은 증거로 쓰기에 너무 허술합니다.
인터넷상에는 북한군 파병 증거라며 온갖 사진, 영상이 떠도는데 마찬가지로 검증이 불가능합니다. 어떤 사진은 조작한 티가 너무 나기도 합니다. 이런 걸 언론은 아무 검증 없이 무분별하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5일 보도한 사진을 봅시다. 군복에 대놓고 북한 국기가 부착되어 있고 북한 최고지도자 배지도 달려있습니다. 비밀리에 파병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최고지도자 배지를 매우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흠집이 나기 쉬운 군복 바깥쪽에 달지 않습니다.
일단 언론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종이로 된 설문지를 입수한 게 아님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냥 컴퓨터에서 워드 프로그램을 써서 문서를 만든 뒤 그림파일로 출력했거나 캡처한 것입니다. 즉, 누구나 집에서 작성해서 증거라고 내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 언론이 보도한 문서의 글꼴이 다릅니다. 아무나 만들 수 있으니 누군가 비슷하게 흉내 내서 여기저기 뿌렸다고 해도 반박할 수 없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는데 왜 여름 모자와 여름 군복 치수를 묻는지, 모자 사이즈를 1센티미터 단위로 자세히 파악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는지, 정부 문서인데 한글과 러시아어 번역이 번역기를 돌린 것처럼 엉터리인 이유는 뭔지, 러시아 군복 규정과 치수가 맞지 않는 이유는 뭔지 등 자잘한 문제점도 많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한글 표기가 북한식이 아니라 한국식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러시아를 ‘로씨야’라고 하며, ‘~해 주세요’는 서울 말투라서 쓰지 않습니다. 즉, 북한 군인에게 돌릴 문서를 한국식 표현들로 써서 만든 것입니다. 이걸 북한군이 용납할 리가 없습니다.
정보기관들이 주장하는 파병 경로도 이상합니다. 국정원은 청진, 함흥, 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 상륙함을 이용해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워낙 가까운 거리니 그냥 기차를 이용하면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는데 굳이 항구를 거쳐 불편하고 느리게 배를 타고 갔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봐도 북한군 파병설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가 연일 승전보를 올리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침입한 쿠르스크 전선도 포위 섬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대변해 온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9월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60만 명의 러시아 군인이 사망하거나 다쳤다”라며 “자국민을 분쇄기에 던져 넣는 고기 조각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라고 러시아를 비판했습니다. 서방 언론은 이를 토대로 러시아가 부족한 병사를 보충하기 위해 북한 파병을 받는다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먼저 병력 부족 문제를 봅시다.
만약 러시아가 병사가 부족하면 추가 징집을 할 테지만 정례 징집 외에 추가 징집을 하지 않습니다. 국내 언론은 러시아의 정례 징집을 마치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할 병사를 뽑기 위한 추가 징집이라고 보도하지만 가짜뉴스입니다. 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사람들은 전쟁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며 러시아인들도 자국이 전쟁 중임을 모르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평온하게 지낸다고 합니다. 지난 9월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 알렉산드르 푸시킨 탄생 225주년을 기념한 가을 분수 축제를 대규모로 진행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24일 브릭스 정상회의 결산 기자회견에서 “지난 한 달간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잃은 병력은 2만 6천 명에 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쿠르스크의 우크라이나군 2천 명을 포위했으며 “제거하기 시작했다”라고 했습니다.
다음으로 이른바 ‘고기 분쇄기’를 봅시다.
스타머 총리는 러시아가 군인들을 ‘고기 분쇄기’에 던져 넣는다고 비난하지만 정작 무모한 전투에 신병들을 내모는 건 우크라이나입니다.
지난해 러시아는 인구 8만여 명의 작은 도시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데 10개월이나 걸렸습니다. 당시 전투를 지휘한 바그너 그룹은 전투의 목표가 도시 점령이 아닌 “최대한 많은 우크라이나 군인을 제거”하는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바그너 그룹은 이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 5만여 명이 사망했고 5만~7만여 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자국 병사를 분쇄기에 던져 넣는 고기 조각으로 취급한 것입니다.
최근 보도를 봐도 우크라이나 신병의 50~70%가 첫 근무를 시작하고 며칠 안에 사망하거나 부상자가 된다고 합니다.
끝으로 파병 문제를 봅시다.
파병 이야기도 우크라이나 측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올해 2~3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앞장서서 파병론에 불을 지폈다가 반대에 부딪혀 꼬리를 내린 적이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보기에 나토가 파병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보였던 것입니다.
이처럼 서방의 주장은 현실과 정반대입니다. 이런 마당에 러시아가 굳이 국제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북한군 파병을 요청할 이유가 있을까 싶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가난한 북한이 돈 때문에” 파병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북한 경제를 위해 불필요한 군인을 받아들여 국제적 논란을 일으킬 이유는 없습니다. 게다가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에 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모양인데 북한 경제는 상당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경제 파국에 직면한 우크라이나가 평가할 수준이 아닙니다.
또 설사 북한이 외화가 필요하다고 해도 돈바스지역 재건을 위한 인력을 보내는 걸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군대를 대규모로 보내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심각하게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예 부대를 만 명 넘게 빼서 멀리 유럽으로 보낸다?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브릭스 정상회담 결산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 북한 외무성 부상이 25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답한 내용을 두고 북러가 파병을 인정했다는 식의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각 발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파병을 인정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먼저 푸틴 대통령은 북한군 파병설의 증거로 제시된 위성사진에 관한 질문에 “위성사진이야말로 심각한 것이다. 만약 사진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무언가를 투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는 다소 모호한 답변을 한 뒤 “북러조약을 토대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북러조약 제4조(군사 원조를 담은 조항)의 이행과 관련해선 적절한 협상을 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 동료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이 과정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즉, 북한군 파병을 시인하는 내용은 없으며 이제 북한과 협상을 해야 한다고 하여 오히려 아직 파병을 결정하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했습니다.
김정규 북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은 “우리 외무성은 국방성이 하는 일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으며 또한 이에 대하여 따로 확인해 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라고 하여 명시적으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파병하더라도 그건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발언만으로는 파병을 인정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관심에서 멀어진 중동 사태
북한 파병설이 나오기 직전까지 국제 사회는 중동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특히 이스라엘의 레바논 진격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복 공격을 한다는 데 어느 규모로 언제 할 것인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10월 1일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소탕을 명분으로 레바논에 진격했습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습도 이어갔습니다. 지난 19일 레바논 재난위험관리국은 작년 10월 8일 이후 1년여 기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자만 2,448명, 부상자 1만 1,471명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레바논은 방공망이 취약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공습에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상전은 사정이 다릅니다. 헤즈볼라는 산악지역에 거대한 지하통로를 구축해 놓고 이스라엘군이 진격해 오기를 기다렸고 국경 곳곳에서 이스라엘군을 매복 공격했습니다. 지상군 투입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국내 언론은 지상전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고 공습 성과만 보도합니다. 실제로 지상전에서 이스라엘군이 거의 성과를 못 내고 고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헤즈볼라는 연일 이스라엘군을 제거했다고 발표하며 이스라엘 언론도 얼마 전 지상전에서 이스라엘군 장교와 병사가 총 57명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18일 헤즈볼라의 자폭용 무인기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관저의 총리 침실 창문에 정확히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당시 네타냐후 총리가 관저에 없었기에 무사했지만 해당 지역에 경보도 울리지 않아 이스라엘 요격 체계가 완전히 뚫렸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10월 1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200발에 달하는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한 후 이스라엘은 보복을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보복하지 못했습니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보복 공습 대상으로 이란 핵시설, 석유 시설 등을 꼽았지만 미국은 군사 시설로 한정하라며 이견을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19일 미국이 작성한 이스라엘의 보복 계획 관련 기밀문서 2종이 텔레그램에 유출되면서 미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이란 측에서 공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서에는 이스라엘의 보복 방식과 이에 관한 미국의 평가 등이 담겨있으며 관련한 무기, 군수품, 훈련 상황 등도 담겨있다고 합니다. 이 사건으로 보복을 준비하던 이스라엘의 김이 빠졌습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쉽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란의 보복 공격을 막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10월 1일 공습에서도 이스라엘은 미사일을 제대로 막지 못했습니다. 국내 언론은 이스라엘의 방공 미사일인 ‘아이언 돔’을 극찬하지만 애초에 ‘아이언 돔’은 단거리 미사일 요격용이라서 이란의 중거리 미사일과는 무관합니다. 중거리 미사일은 ‘다비즈 슬링(다윗의 돌팔매)’이나 애로우 2로 요격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일단 요격 확률이 100%가 아닌 데다가, 미사일이 한꺼번에 여러 개 날아오면 모두 요격할 수가 없고, 요격 미사일이 비싸고 수량 제한이 있어 매번 쏟아부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당시 이란은 처음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건 아예 요격이 불가능합니다. 이스라엘도 극초음속 미사일에 처음 당했기 때문에 화들짝 놀랐을 것입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15일 이스라엘이 심각한 요격 미사일 부족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란과 대리세력(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반군 등을 지칭)이 각종 로켓, 미사일, 자폭용 무인기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어 요격 미사일 재고가 급격히 소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군 준장 출신 아사프 오리온은 “우린 아직 헤즈볼라의 완전한 능력을 보지 못하고 있다”라며 현재 헤즈볼라가 예상 미사일의 10%만 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100% 발사하면 심각한 피해가 예상됩니다. 또 에후드 에일람 이스라엘 국방부 전 연구원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180발의 탄도미사일을 쐈을 때 이스라엘군이 일부 애로우 미사일을 아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이스라엘 요격 미사일이 부족해지기 시작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다가 미사일 반격을 당하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26일에야 그토록 공언하던 대이란 보복 공습을 단행했습니다. 이스라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작전은 최대 100대의 항공기를 동원해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한 다음 미사일과 무인기 생산 시설을 공격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최소 20개의 목표물 공격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언론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공습 전에 네덜란드 외무부장관을 포함해 여러 제삼자를 통해 공습 대상과 공습 대상에서 제외된 곳들을 이란에 통보했다고 합니다. 이에 관해 네덜란드 외무부장관은 공습 전에 이란 외무부장관과 소통했다고 밝혔습니다.
공습이 끝나고 이란 공군은 성명을 발표해 통합 방공망이 이스라엘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했으며 일부 시설이 제한적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란 혁명수비대는 병사 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란이 어떤 수준으로 보복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소탕전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17일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를 사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마스 소탕전에 상당한 성과를 낸 것처럼 떠들썩하게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중동지역에서는 중상을 입고 죽어가면서도 끝까지 저항한 신와르의 최후 영상을 보며 그를 순교자로 추앙하고 보복을 다짐하는 기운이 퍼지고 있습니다. 신와르 사살로 이스라엘의 인질 구출도 요원해졌습니다.
하마스의 저항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20일 이스라엘 언론들은 이스라엘군 401여단 사령관 에흐산 닥사(Ehsan Daxa) 대령이 하마스 공격에 폭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마스의 폭탄 공격에 그가 타고 있던 전차가 파괴된 것입니다. 그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에서 사망한 최고위 이스라엘군 장교입니다.
이처럼 10월 들어 여기저기 확전을 시도한 이스라엘은 전과를 올리기는커녕 갈수록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무선 호출기(삐삐) 테러를 일으키고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도자들을 사살하면서 승승장구할 것처럼 떠들었지만 지금 보니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던 미국도 점차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실상이 부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 파병설을 유포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동아시아에서도 전망이 안 보인다
패권 위기에 몰린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일으키며 상황 반전을 노립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도, 중동에서도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아시아로 눈을 돌립니다. 한반도와 대만은 미국이 노리는 또 하나의 전쟁 후보지역입니다.
지난 5월 미국 NBC 뉴스는 미국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북한이 미국 대선판을 흔들기 위해 고강도 도발, 이른바 ‘10월 서프라이즈’를 계획 중인 것으로 보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비해 바이든 정부가 비상 계획을 준비했다는 소식도 전했습니다. 아마도 10월에 한반도에서 전쟁을 유도해 보려 한 듯합니다. 한반도 전쟁은 일본이나 윤석열 정권과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집니다.
그리고 10월 3일 무인기가 평양에 침투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국군의 날 때 우리 군이 공개한 무인기와 똑같은 무인기였습니다. 우리 군이 무인기를 보냈다 하더라도 미국 승인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평양까지 무인기를 보내는 행위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극도로 위험한 일인데 이걸 우리 군이 미국 몰래 단독으로 했을 리는 없습니다. 게다가 최첨단 감시·정찰 수단을 집중해 북한과 군사분계선 일대를 관찰하는 미군이 평양으로 날아가는 무인기를 포착하지 못했을 리도 없습니다. 즉, 미국의 지시 혹은 승인 아래 우리 군이 무인기를 보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의 반응이 없자 9일, 10일에도 보냈습니다. 나중에 공개한 걸 보면 북한은 이미 무인기를 격추했거나 추락한 무인기를 확보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10월 10일이 북한의 국가명절인 당창건 기념일이기 때문에 일부러 나중에 발표한 듯합니다.
북한은 11일 평양에 침투한 무인기가 있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그 범인으로 우리 군을 지목했습니다. 12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무인기가 다시 한번 발견되는 그 순간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14일에는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해 “핵보유국의 주권이 미국놈들이 길들인 잡종개들에 의하여 침해당하였다면 똥개들을 길러낸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하여 미국 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미국은 14일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유엔사는 현재 이 문제가 정전협정을 엄격히 준수했는지 조사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우리 무인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넘어갔다면 조사할 것도 없이 정전협정 위반입니다. 유엔사 발표는 북한을 향해 ‘내가 윤석열 정부를 단속할 테니 더 일을 키우지 말자’는 뜻입니다. 현 상황이 부담되고 자기에게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되니 상황을 안정시키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23일 노동신문 보도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략미사일 기지들을 시찰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깊은 산 속 지하에 숨겨진 전략미사일 기지를 사진으로 공개한 것은 처음입니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 셈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미국은 ‘10월 한반도 전쟁 계획’을 포기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가 안 되면 대만은 어떨까요?
14일 중국군이 갑자기 대만 포위훈련인 ‘연합훈련 리젠-2024B’를 실시했습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10일 건국기념일 행사에서 “중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라고 발언한 것을 겨냥한 훈련입니다. 중국은 2020년대 들어 대만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포위훈련을 했습니다. 2022년 8월, 2023년 4월, 2024년 5월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였습니다. 훈련이 거듭될 때마다 훈련 영역이 대만의 주요 도시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번 훈련에 동원한 군용기는 125대로 하루 기준 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이런 중국의 움직임은 미국이 대만 전쟁을 유도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경고의 성격도 있습니다.
한계에 다다른 ‘카드 돌려막기’
신용카드를 여러 개 만들어서 결제일이 다가올 때마다 다른 신용카드로 대출을 받아 빚을 늘리는 걸 카드 돌려막기라고 합니다. 파산의 지름길입니다.
지금 미국이 하는 게 일종의 카드 돌려막기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막히자 중동전쟁으로 시선을 돌리고, 중동전쟁이 막히자 한반도와 대만으로 시선을 돌리고, 여기도 막히자 다 포기하고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지금 북한 파병론을 이렇게 열심히 떠드는 건 일종의 심리전입니다. 우크라이나와 윤석열 정권,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심리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시선을 우크라이나에 붙들어 놓고 북한과 러시아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게 만들자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한국이 파병할 조건을 조성할 목적도 있어 보입니다.
윤석열 정부와 국힘당 내에서도 파병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한기호 국힘당 의원은 17일 육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전에 1만 명 이상 파병돼 있다면 우리도 최소한으로 참관단이 가야 한다”라며 파병을 촉구했습니다. 나아가 24일에는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드러났는데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습니다”, “파병이 아니라 연락관도 필요하지 않을까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두 번째 문장은 파병도 하고 연락관도 보내자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 정예군이 소멸한다면 이를 대체할 나라는 한국뿐입니다. 미국은 어떻게든 한국 파병을 추진할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은 뻔합니다. 그리고 이는 한국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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