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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무기 열전 55] ‘게임 체인저’라던 하이마스, 성적은?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11/01 [09:33]

[남·북·미 무기 열전 55] ‘게임 체인저’라던 하이마스, 성적은?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11/01 [09:33]

‘게임 체인저’라던 하이마스, 성적은?

 

미국은 1983년부터 주력 방사포로 M270 MLRS(Multiple Launch Rocket System)를 사용했다. 

 

▲ 2015년 3월 25일 한미연합훈련의 일환으로 한국 철원 인근 37야전포병연대 210야전포병여단 6대대 C포대의 M270 사격훈련 장면.  © [출처: https://www.dvidshub.net/image/1861949/cross-boundary]


이 방사포가 워낙 유명해서 원래 방사포의 영어 약자가 MRL인데도 이것보다는 MLRS를 더 많이 쓸 정도다. 

 

고유명사가 보통명사로 굳어진 사례다. 

 

M270은 227밀리미터 구경의 로켓탄 12발을 장착할 수 있으며 무한궤도 차량으로 최대 시속 64.4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고 무게는 24톤에 달한다. 

 

자체 기중기가 있어 로켓탄을 빠르게 재장전할 수 있다. 

 

발사차량 1대의 가격은 2023년 기준 470만 달러다. 

 

 


그런데 미군이 걸프전쟁에 M270을 대량 운용하면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가장 큰 문제는 M270이 너무 크고 무거워서 운반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미국은 전 세계 곳곳의 전쟁에 군대를 파견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또 M270이 무한궤도 차량이라 험지를 다니는 능력은 좋지만 속도가 너무 느리고 차폭이 너무 넓어 도로로 다니기에 불편한 점도 문제로 꼽혔다. 

 

그래서 새로 개발한 방사포 차량이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면서 ‘게임 체인저(전쟁의 판도를 바꿀 무기)’로 주목을 받은 M142 하이마스(HIMARS)다. 

 

▲ 2022년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하이마스.  © 우크라이나 국방부


우크라이나군이 하이마스를 운용하면서 여러 전과를 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전쟁의 판도를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하루에만 수만 발의 포탄이 날아다니는 대규모 물량전이 벌어지는 현장에 첨단 무기나 전략무기도 아닌 방사포 몇 대가 투입되어 판도를 바꿀 거라는 발상 자체가 순진한 것이었다. 

 

하이마스가 M270에서 크게 바뀐 점은 무한궤도 차량에서 일반 바퀴 차량으로 바뀐 것과 장착하는 로켓포를 12발에서 6발로 줄인 것이다. 

 

속도와 무게, 크기에서 개선이 되었지만 화력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 M270과 M142 비교표. *=2023년 기준, **=2024년 기준.  © 문경환 기자


하이마스의 특징은 C-130 같은 전술 수송기로도 운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론 M270도 C-17 같은 전략 수송기로 운반이 가능하지만 수송 능력이 C-130의 네 배에 달하는 수송기를 동원해야만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실히 하이마스를 운반하는 게 수월하다. 

 

로켓탄 종류

 

언론은 하이마스가 축구장 6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한다. 

 

하이마스가 발사하는 로켓탄 1개가 축구장 1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M270과 하이마스는 동일한 로켓탄을 발사할 수 있으므로 이런 논리면 M270은 축구장 12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현재 하이마스가 발사할 수 있는 무기에는 로켓탄인 M26, 유도 로켓탄(GMLRS)인 M30, M31, 전술 탄도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 PrSM 등이 있다. 

 

가장 처음 나온 기본 로켓탄은 M26이다. 

 

지름 227밀리미터, 길이 약 4미터인 M26 로켓은 마하 3.5 이상으로 날아가며 최대 사거리는 32킬로미터다. 

 

 


M26 로켓은 일반 포탄과 달리 고폭약을 쓰지 않고 M77 자탄 644개를 사용한다. 

 

이런 포탄 혹은 폭탄을 집속탄이라 부른다. 

 

M77은 이중 목적 개량형 재래식 무기(DPICM)로 인명 살상용 파편과 전차 파괴용 관통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 M77.  © [출처: Jackehammond]


M77의 파괴력은 대인 공격으로는 반경 40미터 범위를 살상할 수 있고 대전차 공격으로는 7~10센티미터 장갑을 뚫을 수 있다. 

 

M26 로켓이 목적지에 다다르면 정해진 시간에 맞춰 자탄이 넓게 퍼지는데 평균 100x200미터 범위에 흩어진다. 

 

보통 축구장 면적을 10,000제곱미터 이하로 보기 때문에 로켓 하나가 축구장 2개 면적을 파괴하는 셈이다. 

 

그러니 하이마스가 로켓탄 6발로 축구장 6개 면적을 초토화한다는 주장도 과장은 아니다. 

 

보통 M26 로켓 1발이 155밀리미터 곡사포 18개와 맞먹는다고 본다. 

 

다만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져서 원형공산오차(CEP)가 100미터 이상이다. 

 

또 집속탄의 특성상 불발탄이 발생하는데 약 4% 정도라고 한다. 

 

이런 불발탄은 사용 후 민간인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2008년 집속탄 사용, 생산, 비축을 금지하는 ‘집속탄에 관한 협약’이 채택되어 2023년 기준 123개 국가가 협약을 비준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은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계속 생산하고 있다. 

 

불법 무기를 만들어 쓰고 있는 셈이다. 

 

다만 국제 사회의 비난이 이어지자 2008년 7월 미국 국방부는 불발탄이 1% 이상인 집속탄을 2018년 말까지 폐기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9년 이후 미군은 M26 로켓과 개량형 사용을 중단하고 폐기를 시작했다가 폐기 마감 시한인 2018년을 1년 앞두고 2017년에 지침을 해제했다. 

 

M26 로켓탄의 개량형인 M26A1 ER이 있는데 자탄으로 불발탄 발생률을 낮춘 M85를 쓰고 자탄 개수를 644개에서 518개로 줄이면서 고체 연료를 추가해 사거리를 45킬로미터로 늘렸다. 

 

M26A2 ER은 M26A1 ER과 똑같고 자탄만 기존의 M77을 쓴다. 

 

M26A1 ER을 개발하기 전에 임시로 쓰던 무기로 지금은 쓰지 않는다. 

 

유도 로켓탄(GMLRS)은 GPS 위성유도와 관성유도로 명중률을 CEP 10미터 정도로 높이고 사거리도 최대 90킬로미터까지 늘인 로켓탄이다. 

 


유도 기능이 있으므로 사실상 미사일로 볼 수 있다. 

 

미군이 기존 로켓탄을 점차 유도 로켓탄으로 교체하면서 M270이나 하이마스는 더 이상 방사포라 부르기 어렵게 되었고 미사일 발사 차량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실전에서도 방사포처럼 로켓탄을 퍼붓는 식으로 운용하지 않고 목표물을 하나씩 정밀 타격하는 식으로 운용한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GPS 신호를 교란해 위성유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관성유도에만 의존하는 바람에 명중률이 떨어지는 문제가 드러났다. 

 

유도 로켓탄에는 M30과 M31 두 종류가 있는데 M30은 집속탄, M31은 단일 탄두다. 

 

다만 집속탄의 불발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18만 개의 텅스텐 파편을 쏟아내는 대체 탄두(AW)를 장착한 M30A1이 등장했다. 

 

M270이나 하이마스의 특징 중 하나는 로켓탄이 아닌 미사일도 발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 방사포는 전술 탄도미사일인 에이태큼스와 에이태큼스 후속 무기로 개발된 PrSM을 발사할 수 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발사관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를 속이기에 적합하다. 

 

이들 미사일은 사거리가 300킬로미터까지도 나오기 때문에 상대가 사거리가 짧은 방사포인 줄 알고 방심하다가 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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