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1. 아메리카제국 100년, 제국의 시대는 끝났는가?
2. 랭리급 항공모함에서 니미츠급 항공모함까지 95년
3. 아메리카제국의 군사패권주의는 이렇게 막을 내린다
4. 아메리카제국의 위성통신망에 드리운 종말징조
5. 패권적 지위의 상실이 아니라 제국의 해체다
▲ <사진 1> 1915년 2월 8일 미국의 저명한 영화감독 데이빗 그리피스가 제작한 영화 '국가의 탄생'이 로스앤젤레스에서 개봉상영되었다. 당시 미국사회는 미국내전의 상처를 반세기만에 털어버리고 신흥제국으로 일어선 미국의 모습을 비쳐주는 그 영화에 열광하였다. 아메리카제국 100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제공 |
|
1. 아메리카제국 100년, 제국의 시대는 끝났는가?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 (Is the American Century Over?) 이 물음은 2015년 1월 미국에서 출판된 화제의 저서에 붙어있는 제목이다. 그 저서를 집필한 사람은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가정보위원회 의장,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을 연이어 지냈고, 지금은 하버드대학교 석좌교수, 국무부 대외정책부 위원, 국방부 정책부 위원으로 활동하는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조셉 나이(Joseph S. Nye, Jr.)다. 이름이 꽤나 알려졌다는 정치학자들이 거의 모두 그런 것처럼, 조셉 나이도 아메리카제국을 옹호하는 자기의 정치성향을 숨기지 않는다.
조셉 나이 교수는 자기 저서에서 ‘미국의 세기’라는 말을 썼지만, 그건 지배세력의 비위에 맞는 치장언어에 지나지 않는다. 더 정확한 말을 쓰면, ‘미국의 세기’가 아니라 아메리카제국의 세기라고 해야 한다. 그가 자기 저서에서 제기한 물음을 나의 언어방식으로 옮기면, 아메리카제국의 세기는 끝났는가라는 물음으로 대체될 수 있다.
조셉 나이 교수가 자기 저서에서 사용한 ‘미국의 세기’라는 말에서 세기는 100년을 뜻한다. 따라서 그는 자기 저서에서 지난 100년 동안 지속되어온 아메리카제국의 세기가 끝났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하고 그에 대해 답한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아메리카제국의 한 세기 100년은 이제 끝난 것일까?
조셉 나이 교수는 지난 100년 동안 지속되어온 아메리카제국의 세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자기 저서에서 결론하였다. 그는 그런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몇 가지 논거를 늘어놓았지만, 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런 논거들은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억지주장으로 보인다. 나는 그가 늘어놓은 논거들을 일일이 논박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나는 이 글에서 다른 논거를 제시하면서 아메리카제국의 세기가 끝났음을 논증하려 한다.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라는 제목이 붙은, 조셉 나이 교수의 저서가 2015년 1월에 출간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미국의 세기’가 시작된 1915년으로부터 100년이 되는 2015년 1월에 맞춰 그 저서가 출간되었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신흥제국으로 출현한 원년,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5년에 그 신흥제국에서 무슨 특기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던 것일까?
미국의 저명한 영화감독 데이빗 그리피스(David L. W. Griffith)가 제작한 영화 ‘국가의 탄생(The Birth of a Nation)’이 1915년 2월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처음 상영되었다. <사진 1> 오늘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51달러나 되는 고액의 입장권을 사야 관람할 수 있었던 그 영화는 당시 뉴욕 맨해튼 극장가에서 무려 44주 동안 연속상영되면서 놀라운 흥행기록을 세웠는데, 1936년에 미국 극장가를 휩쓸었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흥행수익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미국 영화사상 두 번째로 많은 흥행수익을 올렸다. 웃드로우 윌슨(Thomas Woodrow Wilson) 당시 미국 대통령도 백악관 정원에 임시로 설치된 영사막 앞에서 그 영화를 관람하였다는 기록을 보면, 영화 ‘국가의 탄생’이 불러일으킨 관람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알 수 있다.
1915년의 미국사회는 왜 그 영화에 열광한 것일까? ‘국가의 탄생’이라는 영화제목에서 진한 냄새가 풍기는 것처럼, 1861년부터 1865년까지 계속된 내전으로 입은 상처를 반세기만에 털어버리고 신흥제국으로 일어선 미국의 모습을 형상한 영화이었기에 당시 미국사회가 그토록 열광했던 것이다.
▲ <사진 2> 이 사진에 보이는 거대한 증기선은 당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영국의 여객선 루시태니어호다. 1915년 5월 7일 미국 뉴욕항을 떠나 영국 리버풀항으로 항해하던 루시태니어호는 독일 잠수함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하였다. 1,191명이 몰살당한 그 날의 대참사는 1815년부터 100년 동안 전 세계를 지배해온 대영제국의 시대가 끝났음을 말해준 극적인 사건이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제공 |
|
1915년 신흥제국으로 일어선 미국은 1917년 4월 6일 대독선전포고를 발표하고 제1차 세계대전에 뛰어들었는데, 미국의 참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준 사건은 1915년 5월 7일 미국 뉴욕항을 떠나 영국 리버풀항으로 항해하던 44,000t급 영국 여객선 루시태니어(Lusitania)호가 아일랜드 앞바다에서 독일 잠수함 U-20의 어뢰공격을 받아 침몰하는 바람에 1,191명이 몰살당한 대참사였다. 그 여객선에 탔다가 졸지에 사망한 미국인은 128명이었는데, 미국인 사망자들 가운데 저명인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미국의 분노가 컸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영국의 여객선이 유럽의 2등 국가인 독일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한 대참사는 1815년부터 100년 동안 이어진 대영제국의 시대가 끝났음을 말해준 극적인 사건이었다. <사진 2> 역사가들은 중국에서부터 아르헨티나에 이르는 세계적인 범위에서 2,600만㎢에 이르는 식민지영토를 강점하고, 4억 명에 이르는 식민지인구를 지배, 착취한 대영제국의 시대가 1815년부터 1914년까지 100년 동안 지속되었다고 본다.
역사가들이 공인하는 것처럼, 대영제국을 유지시켜준 핵심수단은 증기로 움직이는 군함과 전선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전보였다. 당시로서는 최강의 무력수단이었던 증기군함과 당시로서는 최첨단 통신수단이었던 전보통신이 없었더라면, 대영제국의 시대는 1915년 이전에 일찌감치 막을 내렸을 것이다.
대영제국의 시대가 막을 내린 1915년에 미국에서 신흥제국의 탄생을 알리는 문제의 영화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장기상영된 것은 우연처럼 보이는 필연이었다. 영국 여객선 루시태니어호의 비극적 최후와 미국 영화 ‘국가의 탄생’의 열광적 흥행은, 대영제국의 시대가 아메리카제국의 시대로 대체되었음을 알려준 극적인 사건들이었다. 아메리카제국이 출현한 1915년으로부터 100년 세월이 흐른 오늘 2015년에 아메리카제국의 시대는 끝났는가라는 물음이 미국사회에서 제기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 <사진 3> 1850년대 대영제국 해군이 보유했던 2,300t급 호위함 밸로러스호의 모습을 그린 사실화다. 범선에 증기추진력을 추가한 이 호위함에는 함포가 19개 장착되었고, 승조원 175명이 탑승하였다. 1855년 흑해에 출동한 이 군함은 러시아제국 해군과 맞붙은 크리미아전쟁에 동원되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제공 |
|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영제국의 시대 100년 동안 그 제국을 유지시켜준 요인은 증기군함과 전보통신을 사용한 것이었다. 다른 나라 해군들이 범선을 타고 바다에 나갈 때, 영국 해군은 증기군함을 타고 바다를 누볐으니 그 무력격차는 너무 컸다. <사진 3> 또한 다른 나라 육군들이 말을 타고 달리는 연락병을 배치하여 파발마식 통신을 운영할 때, 영국 육군은 전기를 사용하는 전보통신체계(telegraph system)를 구축하였으니 그 기술격차는 너무 컸다. <사진 4>
▲ <사진 4> 영국인 발명가 프랜시스 로널즈가 1816년에 만든 첫 전보통신은 13km 떨어진 곳에 송신되었다. 이 사진은 1837년에 영국에서 처음으로 상업화된 전보통신기기를 촬영한 것이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제공 |
|
지난날 대영제국을 유지시켜준 무력수단이 증기군함이었다면, 대영제국 이후에 등장한 아메리카제국을 유지시켜주는 무력수단은 핵추진 항공모함이다. 또한 지난날 대영제국을 유지시켜준 통신수단이 전보통신이었다면, 대영제국 이후에 등장한 아메리카제국을 유지시켜주는 통신수단은 위성통신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오늘날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동향과 전지구적 위성통신망 동향을 분석적으로 고찰하여야 아메리카제국의 시대가 끝났는가라는 물음에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자명해진다.
▲ <사진 5> 1920년 4월 미국은 대형 석탄운반선에 비행갑판을 올려놓은 첫 항공모함 랭리호를 만들었다. 13,900t급 항공모함 랭리호는 프로펠러식 함재기 36대를 실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미국은 모두 68척의 항공모함을 건조하였고, 그 항공모함을 해외침략전쟁에 내몰아 인류에게 말할 수 없는 재난과 고통을 들씌웠다. 아메리카제국의 항공모함 역사는 제국의 세계침략전쟁 역사와 겹쳐진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제공 |
|
2. 랭리급 항공모함에서 니미츠급 항공모함까지 95년
미국이 첫 항공모함을 보유하게 된 때는 1920년 4월 11일이다. 미국의 첫 항공모함 랭리호(USS Langley)는 함재기 36대를 싣는 13,900t급 항공모함이었다. 약소국들을 식민지로 강점하기 위한 침략전쟁을 도발하려면 무엇보다 해군력을 강화해야 하였던 미국은 대형 석탄운반선 주피터호(USS Jupiter)를 항공모함으로 개조하여 첫 항공모함이 랭리호를 만들었다. <사진 5> 항공모함에 맛을 들인 미국은 곧이어 순양함을 개조한 항공모함 2척을 만들어냈는데, 렉싱턴호(USS Lexington)와 쌔러토가호(USS Saratoga)가 그것이다. 1930년대에 들어오면서 미국은 석탄운반선이나 순양함을 개조하는 식에서 벗어나 항모설계기술을 발전시켜 본격적으로 항공모함을 건조하게 되었는데, 그런 식으로 건조된 첫 항공모함은 1933년 2월 25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14,000t급 레인저호(USS Ranger)였다. 이 항공모함에는 함재기 86대를 실을 수 있었다.
항공모함 랭리호가 건조된 1920년부터 항공모함 조지부쉬호(USS George H. W. Bush)가 건조된 2003년까지 83년 동안 미국이 건조한 항공모함은 모두 68척이다. 1920년부터 오늘까지 95년에 이르는 미국 항공모함 역사를 살펴보면, 세 차례의 획기적인 전환이 순차적으로 일어났다.
미국은 태평양전쟁 중이던 1942년 7월부터 1945년 5월까지 기간에 에쎅스급(Essex-class) 항공모함 24척을 건조하였는데, 항공모함을 그처럼 짧은 기간에 대량으로 건조한 것은 미국 항공모함 역사에서 첫 번째로 일어난 획기적인 전환이었다.
또한 미국은 6.25전쟁 중이던 1952년 7월 항공모함 역사에서 처음으로 포레스털급(Forrestal-class) 항공모함을 건조하여 초대형 항공모함 시대에 진입하였는데, 이것이 미국 항공모함 역사에서 두 번째 획기적인 전환이었다. 당시 미국이 초대형 항공모함을 건조한 까닭은, 항공모함에서 발진하는 함재기가 프로펠러기에서 제트기로 교체되자 제트기를 이착륙시키기 위한 길고 넓은 비행갑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52년부터 2003년까지 기간에 초대형 항공모함을 모두 19척 건조하였는데, 1960년 9월 24일 사상 처음으로 원자로를 장착한 핵추진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USS Independence)를 건조하였다. 인디펜던스호의 건조는 40년에 걸친 재래식 항공모함 시대가 막을 내리고 핵추진식 항공모함이 등장한, 미국 항공모함 역사에서 세 번째 획기적인 전환으로 되었다. 2015년 현재 미해군이 보유한 초대형 핵추진 항공모함 10척은 모두 니미츠급(Nimitz-class) 항공모함들이다. 니미츠급 항공모함 이외에, 2015년 현재 미국이 건조 중인 포드급(Ford-class) 초대형 핵추진 항공모함 1척은 2016년에 완성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95년에 이르는 미국 항공모함 역사를 고찰하면, 항공모함이라는 강력한 무력수단을 가지고 약소국들을 침략하고 전 세계를 지배해온 아메리카제국의 군사패권주의가 무너지고 있음을 알려주는 종말징조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 종말징조들은 아래와 같다.
3. 아메리카제국의 군사패권주의는 이렇게 막을 내린다
아메리카제국의 군사패권주의가 막을 내리고 있음을 알려주는 첫 번째 종말징조는 미국의 항공모함 건조능력이 감소된 현상이다. 지난 1940년대에 10년 동안 재래식 항공모함 27척을 건조하여 전무후무한 항모건조기록을 세웠고, 그 이후에도 핵추진 항공모함을 10년 단위로 2~3척씩 꾸준히 건조해오던 미국은 2010년대에 접어들어 핵추진 항공모함을 10년 동안 겨우 1척밖에 건조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항공모함 건조능력이 눈에 띄게 감소되었음을 말해준다.
2015년 4월 2일 미국 국방부 부장관 로벗 워크(Robert O. Work)가 작성하여 미국 연방의회 상하원군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 ‘해군전함 장기건조계획’에 따르면, 미국은 2018년부터 2043년까지 기간에 포드급 항공모함을 5년마다 1척씩 건조하여 모두 7척을 건조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러나 그런 전망은 비현실적이다. 포드급 항공모함 1척을 건조하는데 드는 비용은 120억 달러나 되는데, 미국의 국가재정이 파산상태에 빠져든 조건에서 그처럼 막대한 건조비가 드는 항공모함을 5년마다 1척씩 건조할 것이라는 미국 국방부의 전망은 파산 직전에 있는 국가재정능력을 무시한 비현실적인 발상이다.
▲ <사진 6> 미국이 조선을 공격하기 위해 일본 요꼬스까 미해군기지에 상시적으로 전진배치해둔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는 2015년 5월 18일 그 기지를 떠나 미국 본토의 해군정비소로 갔다. 그런데 지금 국가재정파산위기에 빠진 미국은 조지워싱턴호를 퇴역 1순위로 지목하였다. 미국에서 제2차 국방비자동삭감조치가 불가피한데, 그렇게 되면 조지워싱턴호는 고철로 해체될 수밖에 없다. 미해군 항공모함 작전력이 급속히 하락하는 현상은 아메리카제국의 군사패권주의가 막을 내리고 있음을 말해주는 종말징조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제공 |
|
아메리카제국의 군사패권주의가 막을 내리고 있음을 알려주는 두 번째 종말징조는 미국의 항공모함 운용능력이 격감된 현상이다.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라는 제목이 붙은, 조셉 나이 교수의 저서가 미국 서점가에 나온 때로부터 넉 달이 지난 2015년 5월 18일 일본 요꼬스까 미해군기지에서 환송식이 진행되었다. <사진 6> 2008년 9월 미해군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기지에 상시적으로 전진배치되었던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USS George Washington)가 원자로연료를 교체하고 정비와 수리를 받기 위해 미국 본토의 해군정비소로 돌아가는 환송식이었다. 원래 핵추진 항공모함은 25년마다 한 차례씩 원자로연료를 교체해주고 전체적인 정비와 수리를 받아야 하는데, 올해 조지워싱턴호의 차례가 된 것이다. 해군정비소에서 항공모함의 원자로연료를 교체하고 전체적인 정비와 수리를 받으려면 3년이 걸린다.
하지만 조지워싱턴호는 앞으로 3년 뒤에 요꼬스까 미해군기지에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영영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군 소식지 <성조> 2014년 2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척 헤이글(Chuck Hagel)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국가재정자동삭감조치가 또 다시 시행되는 경우 조지워싱턴호를 2016년에 퇴역시킬 수밖에 없으며, 운영비를 절약하기 위해 미해군 항모강습단 10개 가운데 절반의 작전회수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로이터통신> 2014년 3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2014년 3월 25일 미국 연방하원 세입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미국 해군장관 레이먼드 메이버스(Raymond E. Mabus, Jr.)는 내구년한이 이미 절반이 지난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의 경우 원자로연료를 교체해주고 정비수리를 하는가 아니면 퇴역시키는가 하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국방비 대폭삭감으로 재정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바람에 그 결정도 1년 이상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에 따르면, 미해군은 조지워싱턴호를 계속 운용하고 싶지만, 항공모함 운영비를 5년 동안 70억 달러나 지출해야 하므로 국방비를 대폭 삭감하게 된 조건에서 항공모함의 퇴역문제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1척당 가격이 45억 달러가 되는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을 운영하려면, 연간 승무원급여 1억6천만 달러, 연간 연료비 및 유지비 4억 달러를 지출해야 한다. 세계경제 9월 위기설로 불안에 떠는 미국에게 국방비의 추가삭감조치는 불가피한데, 그렇게 되면 운영비가 가장 많이 드는 항공모함부터 퇴역시키라는 압박이 커질 것이고, 그럴 경우 미해군 7함대 소속 조지워싱턴호가 제1순위 퇴역대상인 것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2011년 12월 6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비가 1조 달러 삭감되는 경우 항공모함 2척을 동시퇴역시켜야 한다.
지난 시기 미국은 해외 각지의 해상작전구역들에 항공모함 3척을 전진배치해놓고, 또 다른 항공모함 3척을 북미대륙 인근해역에 대기시켰는데, 2015년 현재 미국이 해외 각지의 해상작전구역들에 전진배치한 항공모함은 2척으로 줄었고, 북미대륙 인근해역에 대기시킨 항공모함은 1척으로 줄었다. 미국의 군사전문 웹싸이트 <브레이킹 디펜스(Breaking Defense)> 2015년 7월 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올가을 미국 항공모함 역사에서 처음으로 중동해역에 항공모함을 1척도 배치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2015년 5월 18일 요꼬스까 미해군기지에서 미국 본토의 해군정비소로 떠난 조지워싱턴호의 귀로는 고철더미로 해체될 퇴역의 항로였음을 알 수 있다.
아메리카제국의 군사패권주의가 막을 내리고 있음을 알려주는 세 번째 종말징조는 미국의 적국 또는 잠재적국이 미해군 항공모함을 격침시킬 치명적인 공격능력을 강화한 것이다. 미해군 항공모함을 격침시킬 두 가지 치명적인 무력수단은 디젤전동식 잠수함과 대함탄도미사일(ASBM)이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한 <UPI> 2008년 4월 9일 보도에 따르면, 미해군 항공모함은 러시아산 디젤전동식 킬로급(Kilo-class) 잠수함의 수중공격위협에 노출되었다. 항공모함이 두려워하는 최강의 적수가 수중소음이 가장 적은 디젤전동식 스텔스 잠수함이라는 사실은 군사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미국의 군사전문 웹싸이트 <디펜스 뉴스(Defense News)>가 2013년 3월 12일에 인용, 보도한 미국신안보센터(CNAS) 보고서에 따르면, 대함탄도미사일이 실전배치된 이후 미해군 항공모함은 공격대상에 접근하기도 힘들게 되었고, 미사일공격을 받기 쉬운 취약성을 드러내는 바람에 현대전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한 ‘애물단지’로 전락하였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해군 항공모함에서 발진하는 함재기의 작전비행거리는 482km밖에 되지 않는데, 중국이 실전배치한 항모타격미사일 둥펑-21D의 사거리는 1,500km나 된다. 이것은 미해군 항공모함이 함재기 편대를 발진시켜 중국의 군사기지를 공격하기 전에 중국에서 발사된 항모타격미사일이 미해군 항공모함을 공격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 <사진 7>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의 잠수함과 항모타격미사일이 미해군 항공모함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습관적으로 지목하지만, 미해군 항공모함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은 조선이 올해 들어 세상에 공개한 전략잠수함, 금성-3호 대함미사일, 항모격침결사대다. 위의 사진은 조선의 전략잠수함이 북극성-1호 대함미사일을 수중에서 성공적으로 발사한 직후 해수면 위로 떠오른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제공 |
|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미해군 항공모함의 위협요인을 거론할 때 중국의 잠수함과 항모타격미사일을 습관적으로 지적하지만, 그런 지적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미해군 항공모함에게 직접적인 위협요인으로 되는 것은, 미국 군사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중국의 잠수함과 항모타격미사일이 아니라 조선이 올해 들어 세상에 공개한 전략잠수함, 금성-3호 대함미사일, 항모격침결사대다. <사진 7> 이에 대해서는 이전에 발표한 나의 글들에서 논한 바 있으므로 재론하지 않는다. 미국에게 강한 전의가 품지 않은 중국과 달리, 미국과는 반드시 최후결전을 벌이려는 강한 전의를 가진 조선이 미해군 항공모함을 격침시킬 치명적인 타격수단을 보유한 것이야말로 미국을 공포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
이제껏 5대양이 좁다하게 돌아치며 아메리카제국의 군사패권주의를 유지해준 핵추진 항공모함은 ‘세계 최강의 불침항모’라고 자랑하는 무력수단인데, 그런 무력수단의 작전력이 요즈음 급속히 약해지면서 조선으로부터 직접적인 격침위협까지 받게 된 것은 아메리카제국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음을 말해주는 극적인 변화다.
4. 아메리카제국의 위성통신망에 드리운 종말징조
아메리카제국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음을 말해주는 극적인 변화는 미해군 항공모함 작전력의 약화현상에서만 드러난 것이 아니다. 아메리카제국의 시대를 유지시켜주는 또 다른 핵심수단인 위성통신망이 미증유의 위험에 빠지게 된 것도 아메리카제국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음을 말해주는 극적인 변화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아메리카제국의 시대가 막 시작되었던 1916년 3월 8일 미국 보스턴 근교에 있는 터프스대학교에서 무선방송전파가 송출되었다. 미국인 발명가 해롤드 파워(Harold J. Power)가 3시간 동안 연속하여 진행한 그 무선방송은 세계 최초의 라디오방송으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전보라는 유선통신망에 의해 1815년부터 1914년까지 100년 동안 유지되었던 대영제국의 시대는 1916년 미국에서 출현한 세계 최초의 무선방송에 의해 아메리카제국의 시대로 대체되었다.
그 이후 오늘까지 100년 동안 지속된 아메리카제국의 시대에 무선통신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되었다. 미국이 저지구궤도(LEO)로 쏘아올린 세계 최초의 통신위성 엑코(Echo)-1호가 우주공간에서 무선신호를 발신하기 시작한 1960년 8월 12일 인류는 위성통신시대에 접어들었다. 위성통신기술을 독점한 미국은 자기의 제국주의지배력과 제국주의침략무력을 더욱 공고하게 강화시키는 듯하였다.
▲ <사진 8> 2007년 1월 11일 중국은 위성요격미사일을 발사하여 이미 수명이 다한 자국의 기상위성을 우주공간에서 파괴하였다. 이 사건은 위성통신기술을 독점하면서 전 세계를 지배해온 아메리카제국의 군사패권주의가 치명적인 도전을 받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오늘 미국에게 있어서 우주는 더 이상 독점공간도 안전공간도 아니다. 아메리카제국의 위성통신망에서 종말징조가 보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제공 |
|
그러나 위성통신기술 독점으로 그처럼 공고화된 듯이 보였던 아메리카제국의 군사패권주의는 2007년 1월 11일 치명적인 도전을 받게 되었다. 바로 그 날 중국이 위성요격미사일(ASAT)을 발사하여 이미 수명이 다한 자국의 기상위성을 우주공간에서 파괴한 것이다. <사진 8>
오는 2015년 10월 초 조선이 정지궤도를 향해 통신위성을 발사하면 그것은 중국이 위성요격미사일을 발사한 것보다 더 놀라운 사변으로 될 것이다. 올해 10월 초에 진행될 것이 확실해보이는 조선의 통신위성발사에 대해서는 이전에 발표한 나의 글에서 논한 바 있으므로 재론하지 않는다.
위성요격미사일이 출현한 이후 미국의 전지구적 위성통신망은 무방비로 노출되었고, 우주는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아메리카제국의 군사패권주의를 유지시켜주는 위성통신망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미증유의 위험에 빠진 것은 아메리카제국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음을 말해주는 극적인 변화다.
5. 패권적 지위의 상실이 아니라 제국의 해체다
세계자본주의체제를 지배해온 미국 금융자본의 총본산인 뉴욕 월스트릿 금융가에 군림하던 대형 투자은행들이 2008년 3월 16일부터 9월 16일까지 6개월 동안 사상 최악의 연쇄파산으로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 이러다가 미국이 무너지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미국사회에 엄습하였다. 그런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미국의 불확실한 미래를 내다보는 몇 가지 견해들이 미국 언론에 보도되었는데, 그 가운데서 미국에서 이름이 꽤나 알려진 폴 케네디(Paul M. Kennedy) 교수의 견해와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의 견해를 각각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88년에 발간된 ‘강대국의 흥망’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미국 예일대학교 폴 케네디 교수는 2008년 10월 12일 영국 <썬데이 타임스>에 발표한 자신의 글에서 군사적 과잉팽창과 과도한 재정적자로 미국의 국력이 쇠락하였지만 ‘미국의 세기’가 당장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는 오스만제국, 합스부르크왕가, 대영제국 같은 제국들이 무너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하면서, 제국은 패배와 파산의 상처를 입으면서도 오랜 기간 동안 자기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고 지적하였다. 하지만 그는 미국이 패권적 지위를 오랜 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그 기간이 어느 정도 연장될 것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못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는 2008년 11월 20일에 펴낸 보고서 ‘세계의 추세 2025년(Global Trend 2025)’에서 2025년쯤 미국의 패권주의가 무너지고 다극체제로 전환되면서 세계는 불안정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폴 케네디 교수는 미국의 국력이 쇠퇴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앞으로 오랜 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모호하게 언급하였지만, 미국 국가정보위원회는 앞으로 20년 뒤 미국은 패권적 지위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였다. 이런 견해에 따르면, 미국의 국력이 차츰 쇠퇴하여 2025년에는 패권적 지위를 상실하게 되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 <사진 9>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아메리카제국은 전 세계 40개 나라들과 자기 해외영토들에 865개의 해외군사기지를 설치하였고, 그 군사기지들에서 약소국들에 대한 무력침공을 도발하고 있다. 2014년 현재 4,650만명이 식량전표에 의존하여 끼니를 잇는 빈곤한 나라 미국이 무력침공을 준비하는 해외군사기지들에 지출하는 연간 군사비는 무려 2,500억 달러나 된다. 아메리카제국은 이성을 잃고 광기를 부리는 거대한 육식공룡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제공 |
|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그들이 미국의 국력이 차츰 쇠퇴하여 20년 뒤에 패권적 지위를 상실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아메리카제국의 해체에 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20년 뒤에 아메리카제국이 자기의 패권적 지위를 상실해도 아메리카제국 자체는 해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하지만 아메리카제국의 군사패권주의의 종말은 제국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인데, 아메리카제국의 해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들의 전망은 핵심내용을 놓쳐버린 불투명한 전망으로 생각된다. <사진 9>
그런 그들과 달리, 아메리카제국의 해체를 정면으로 다룬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이 있다. 폭로와 비판의 칼날을 아메리카제국의 군사패권주의에 들이댄 저서들을 2004년부터 연속 발표하다가 2010년 8월 17일 자신의 마지막 저서 ‘제국의 해체: 미국이 지닌 최후, 최상의 희망(Dismantling the Empire: America's Last Best Hope)’을 세상에 내놓고 3개월 뒤 노환으로 별세한 차멀스 존슨(Charmers A. Johnson) 교수는 아메리카제국이 해체되어야 할 세 가지 논거를 이렇게 제시하였다.
미국은 자기의 전후 팽창주의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패하면 막대한 군비지출이 유발한 국가재정적자로 파산될 것이라는 점, 미국은 자기의 해외군사기지들에서 은밀히 자행되어온 현지여성들에 대한 성폭력, 납치, 살인 같은 범죄의 역사를 끝내야 한다는 점이다.
차멀스 존슨 교수는 아메리카제국이 마땅히 해체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논하여 미국의 양심을 흔들어 깨웠지만, 미국의 양심이 바라는 아메리카제국의 자진해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인류사에 출현하였던 다른 제국들의 멸망사가 말해주는 교훈은, 아메리카제국이 다른 군사강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하여 항복할 때 해체되리라는 것이다.
▲ <사진 10> 이 사진에서 보는 조선의 선전화가 말해주는 것처럼, 전쟁광기를 부리며 약소국들을 짓눌러온 아메리카제국에 복수의 핵탄을 겨눈 조선은 아메리카제국을 해체할 반미대전에 주저없이 나설 것이다. 조선은 미국과 전면전을 벌일,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결전의 날은 임박하였다고 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제공 |
|
그렇다면 오늘날 어느 군사강국이 아메리카제국을 해체할 반미대전에 용감히 나설 수 있을까? 아메리카제국으로부터 무력침공과 봉쇄압박을 받은 최대 피해국, 그리하여 아메리카제국에 대한 피맺힌 원한 때문에 그 제국을 날강도 또는 승냥이무리라고 타매하는 반미자주국가, 아메리카제국과는 반드시 피로써 결산하겠노라고 불같이 다진 보복일념을 안고 60년 동안 허리띠 졸라매며 억척스레 최후결전을 준비해온 군사강국, 그리하여 전쟁광기를 부리며 약소국들을 짓눌러온 아메리카제국에 복수의 핵탄을 겨눈 핵무장국이 아메리카제국을 해체할 반미대전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사진 10>
“조성된 현실 앞에서 우리 군대와 인민은 날강도 미제를 과녁으로 삼은 우리의 거족적인 반미투쟁이 새로운 높은 단계에 진입한다는 것을 온 세계에 정식으로 공표한다.” 이 인용문은 2015년 6월 25일 조선국방위원회가 발표한 성명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이 구절을 읽으면, 아메리카제국을 해체하려는 조선의 결전의지가 얼마나 강렬하고 단호한지 누구나 직감할 수 있다. 1915년부터 오늘까지 100년 동안 지속되어온 ‘미국의 세기’가 끝났는가라는 물음에 조선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