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의 조문을 취소한 배경을 둘러싸고 대통령실의 석연찮은 해명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가라앉기는커녕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윤 대통령이 무속인의 말을 따라 조문을 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조문은 4차원하고 연결되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나 필요 없이 그런 데 돌아다니면 거기서 4차원의 기운, 좋지 않은 기운을 묻혀올 수 있다. (중략) 명분 없이 (조문) 가면 귀신이 따라올 수 있다.” -9월 15일 유튜브 채널 「jungbub(정법)2013」에 올라온 동영상 강의에 나오는 내용 중에서.
언뜻 알쏭달쏭하고 황당해 보이는 위 말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무속인 천공이 꺼낸 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18일 국힘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에서 천공을 알고 지냈냐는 유승민 전 국힘당 의원의 물음에 “부인(김건희 씨)과 같이 만났다”라며 “정법(천공) 선생이라고 했다”라고 천공과의 관계를 인정했다.
유 전 의원에 따르면 토론이 끝나고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찾아와 ‘정법은 미신이 아니다. 명예훼손이 될 수 있으니 정법을 한 번 보시라’라고 강하게 발끈했다고 한다.
앞서 천공은 지난 5월 18일 유튜브 기반 예능방송 ‘김흥국의 들이대쑈’에 나와 윤석열·김건희 부부와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천공은 방송에서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친분은 있는데 친분에 대해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게 있다”라며 강의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린 뒤 ‘(강의가) 너무 좋았다. 3~4년 (동안) 보며 큰 도움을 받았다. 선생님을 만나 뵐 수 없겠냐’라는 취지로 김건희 씨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고 주장했다.
위 윤 대통령의 말과 천공의 주장을 종합했을 때 천공이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여기까지는 ‘뭐 그 정도야 그럴 수도 있지’라며 어찌어찌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천공의 말이 윤 대통령의 조문 취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아무런 권한이 없는 ‘비선’이 대통령의 외교를 좌지우지했다는 것으로밖에 풀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1일 뉴스버스 보도에 따르면 원래 대통령실은 14일 대통령실 출입기자단과의 비공개 논의에서 윤 대통령이 탄 영국행 비행기가 18일 오전 7시에 한국을 출발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 일정대로 비행기가 출발했다면 윤 대통령은 늦지 않게 런던에 도착, 엘리자베스 2세를 조문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조문을 가면 4차원의 기운과 귀신이 따라붙는다”라는 천공의 영상이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다음 날인 16일, 대통령실은 기자단에 윤 대통령이 탄 비행기의 출발 시간이 오전 9시로 확정됐다며 말을 바꿨다고 뉴스버스는 주장했다.
정리하면 윤 대통령이 천공의 말을 듣고 엘리자베스 2세의 조문을 피하려 의도적으로 출발 시간을 늦춘 것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
그동안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청와대 용산 이전, 김건희 씨의 전임 영부인 만남 등 여러 논란과 관련해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천공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건가?’라는 뜬 소문, 우스갯소리가 오간 적은 있다.
하지만 천공이 윤 대통령의 외교에도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언론 보도가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을 둘러싼 조문 취소의 불똥이 이제는 ‘무속 농단’ 의혹으로 튄 셈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천공의 말에 외교를 비롯해 국정운영을 기댄다는 점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박근혜 정권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넘어서는 무속 농단 사태로 번지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12일 시사인이 창간 15년 특집으로 발표한 역대 대통령 신뢰도 조사에서 윤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신뢰도는 10점 만점에 3.62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순실 국정농단이 터진 뒤 탄핵 직전으로 내몰린 박근혜가 받아든 신뢰도 3.91점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조문 취소를 둘러싸고 점화된 무속 농단 의혹이 윤 대통령의 때 이른 몰락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면 두 부부와 천공의 관계를 둘러싼 무속 농단 의혹이 더욱 강하게 번져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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