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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중국 피하려다 북한에 걸린 미국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12/27 [18:57]

러시아와 중국 피하려다 북한에 걸린 미국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2/12/27 [18:57]

미국의 소리(VOA)는 유엔 주재 러시아대표부와 중국대표부가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채택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냈다고 26일 보도했다.

 

지난 20일(미국 현지 시각) 미국이 북한의 ICBM 시험발사를 규탄하는 내용의 안보리 의장성명 초안을 작성해 이사국들에 돌렸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VOA는 유엔 주재 러시아대표부와 중국대표부에 ‘미국이 추진하는 북한 ICBM 규탄 안보리 의장성명에 찬성할 것이냐’라는 내용의 서면 질의를 지난 23일 보냈다고 한다.

 

먼저 러시아대표부는 VOA에 “한반도 정세에 대한 안보리의 대응은 역내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라면서 “내용이 균형적이지 않은 의장성명은 도움이 될 수 없다고 믿는다”라고 답했다. 즉 러시아는 미국의 편을 드는 의장성명이 한반도의 긴장을 더 높일 것이라고 짚은 것이다.

 

이어 “우리는 지금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정치 외교적 행동을 지지해야 하며, 실질적인 군사적 위협으로 여겨지는 한·미·일 군사훈련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만 비난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대표부도 VOA에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 외교부의 공식 입장 외에 추가할 것이 없다”라면서 “한반도 정세에 관해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는 분명하다고 중국 측은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중국은 올해 내내 미국이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야 한다며, 대북 제재 완화와 군사훈련 중단을 미국에 요구했다. 

 

즉 중국대표부도 의장성명 채택을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미국이 안보리 의장성명을 추진하는 것은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을 겨냥한 성명이나 제재를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은 북한과 관련해 6건의 조치를 안보리에 제안했으나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무산됐다. 

 

러시아와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원인이 미국에 있다며 북한을 겨냥한 성명이나 제재를 반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없이 전체 이사국 중 과반이 찬성하면 채택할 수 있는 의장성명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하지만 의장성명은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다.

 

미국이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장성명을 채택하려고 애쓰는 것을 두고 올해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해 안보리에서 아무것도 한 것이 없기에 의장성명이라도 채택해 체면을 세워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미국이 체면을 세우려다가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미국이 의장성명 초안을 작성해 이사국들에 돌리자 지난 23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지금 미국은 우리의 자위권 행사를 비난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을 조작해보려고 기도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 주권의 중핵인 자위권을 강탈하려 드는 것은 우리의 자주권, 주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서 주권국가에 대한 가장 엄중한 도전이며 우리가 반드시 행동으로 반격하지 않으면 안 될 매우 위험한 행위”라며 미국에 경고를 보냈다. 

 

그리고 23일 오후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한국의 합동참모본부는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수위를 낮춰 안보리 의장성명이라도 발표하려 했는데 북한의 강경한 행동에 직면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북한을 의식한 것인지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패권이 유엔에서도 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 2022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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