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아래 촛불대행진)은 많은 사람의 헌신 속에서 진행됐다.
그중 노래의 선율에 맞춰 수어를 하고, 발언자의 내용뿐만 아니라 감정도 느낄 수 있도록 수어를 하는 김동미 통역사도 있다.
김동미 수어 통역사와 서면 대담을 나눴다.
매주 왕복 4시간 서울시청 앞으로 향하는 길이 큰 기쁨 중의 하나
김동미 선생은 현재 충남 서산시 수어 통역센터에서 19년째 농아인(청각·언어장애인)의 입과 귀가 되어 일하다가 2022년 12월 정년퇴직을 했다.
기자: 촛불대행진에 어떻게 참여하시게 됐나요?
김동미: 사실, 2016년 박근혜 탄핵촛불 때도 참여했어요. 많은 사람이 차가운 길바닥에서, 최루탄이 난무하는 대학교에서, 광주에서, 남영동 지하 골방에서 피 울음을 삼켜가며 자신의 젊음과 목숨을 바쳐 일궈낸 민주주의잖아요. 어떻게 지키고 키워온 민주주의인데...그런데 무능하고 패륜적이며 비상식적인 윤석열 정부에 우리의 민주주의를 맡길 수 없어 참여하게 됐어요.
기자: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혹시 불이익을 당할 것에 대한 걱정은 없으셨나요?
김동미: 특별히 큰 부담은 갖고 있지 않아요. 서산시에서 지원하는 시설에서 근무했지만 촛불대행진에서 통역하는 것으로 만약 불이익을 당한다 해도 받아들이겠다고 마음먹고 참여했어요. 매주 왕복 4시간을 달려 서울시청 앞으로 향하는 길이 저에겐 큰 기쁨 중의 하나였어요.
기자: 수어 통역사들은 집회 시간 동안 번갈아 가며 수어로 집회를 전달하잖아요. 그런데 선생님은 다른 통역사가 수어로 전달할 때도 쉬지 않고 무대 아래쪽에서 계속 수어를 하시던데 그 이유가 궁금해요.
김동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차가운 아스팔트 위를 지키는 국민이 계시잖아요. 그분들의 열정을 볼 때마다 울컥울컥해요. 목청껏 함께 소리치고 싶은 마음과 또 소리 대신 손과 온몸으로 말하는 농아인들의 염원을 대신해서 저는 수어로 소리치는 것이죠. 도저히 가만히 촛불대행진을 볼 수가 없어서 무대 아래에서도 계속 수어를 해요.
위대한 국민과 끝까지 함께 간다
기자: 촛불대행진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장면을 꼽으신다면.
김동미: 2016년 박근혜 탄핵을 이룬 촛불의 바다를 무대에서 봤을 때 감격의 눈물을 흘렸어요. 무대 위에서 바라보는 촛불의 파도는 그 어떤 것으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이에요. 최근 그와 같은 광경을 또 목격했는데요. 비가 오는 날이었어요. 오락가락하던 비가 소나기 되어 쏟아지고 마이크도, 전기도 꺼졌다 켜졌다 반복되는데 아스팔트 위의 국민은 비를 맞으며 흔들림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훅’ 눈물이 쏟아졌어요. 무엇이 저 사람들을 비 오는 거리에 나오게 했는가. 과거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마다 이 나라를 지켜온 이들의 후손들이 지금 여기에 있구나. 정말 뜨거운 것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면서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죠. ‘그래, 그래 끝까지 함께 가자’라고 다짐했죠. (*김동미 선생이 말한 촛불대행진은 2022년 11월 12일 열린 14차 촛불대행진이다. 초겨울 궂은비가 내리는 속에서도 국민은 비가 내리는 차도에 앉아 ‘윤석열 퇴진’, ‘퇴진이 추모’라는 구호를 외쳤다.)
기자: 선생님의 아들이 촛불대행진에서 노래를 부른 적이 있잖아요. 그때 느낌은 어떠셨나요?
김동미: 아들은 자유와 평등, 투쟁을 노래하고 제가 수어 통역으로 전달하다니 감격스럽고, 영광이었어요. 너무나 행복했어요. 아들을 어릴 때부터 다양한 시위 현장에 데리고 다녔어요. 민주주의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 어느덧 30대가 된 아들은 억울하게 쫓겨나고 갇힌 이들을 돕는 활동가가 되었어요. 잘 자라줘서 고맙기만 하죠.
기자: 손과 온몸으로 윤석열 퇴진의 내용을 전달해야 하잖아요. 통역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김동미: 어떻게 하면 통역을 잘해서 농아인들에게 제대로 전달할지가 고민이에요. 통역사들은 통역할 때 개인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돼요. 철저하게 중립을 지켜야 하는 위치죠. 그런데 저는 가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박근혜 탄핵 때, 세월호 참사 때, 이태원 참사 추모제 때에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저는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어려워요. 통역사답지 못한 아마추어라고 생각해요. 겨울 추위나, 혹시 모를 불이익은 제게 어려움이 아니에요. 내가 할 수 있는 재능으로 한자리 채울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할 뿐이죠.
기자: 자주시보 독자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 한마디 부탁합니다.
김동미: 우리 국민은 위기 때마다 자신을 희생하며 나라를 지켜 온 기적의 위대한 국민입니다. 이번에도 무능, 무지, 패륜, 후안무치의 정권에 맞서 끝내 이길 것입니다. 우리 위대한 국민은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촛불대행진에는 김동미 선생처럼 자기의 재능과 열정을 바치는 국민이 있고, 국민이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집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물품을 나눠주는 사람도 있다. 촛불대행진은 이른바 명망가가 앞장서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김동미 선생이 말한 ‘위대한 국민’이 만들어가기에 큰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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