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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등 돌려도 ‘팔레스타인 학살’ 지지하겠다는 미국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3/12/12 [11:54]

세계가 등 돌려도 ‘팔레스타인 학살’ 지지하겠다는 미국

박명훈 기자 | 입력 : 2023/12/12 [11:54]

최근 국제사회가 진영을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로 미국을 규탄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의 휴전을 거부하며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적극 두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월 8일(현지 시각) 미국의 동맹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인 아랍에미리트(UAE)는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모든 인질의 석방 ▲인도주의적 접근 보장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다.

 

하지만 미국은 12월 9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를 통해 팔-이 전쟁 휴전 결의안에 또다시 거부권을 던졌다. 유엔 안보리는 5개 상임이사국(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영국)의 반대가 없이, 비상임이사국을 포함한 9개국이 동의해야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이날 미국의 주요 동맹국은 결의안에 반대하지 않았다. 상임이사국인 영국은 기권했고,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비상임이사국인 일본은 찬성했다. 따라서 휴전을 막고 이스라엘의 학살을 방치한 직접적인 책임은 혼자서 결의안을 반대한 미국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거부권 행사에 관해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는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만, 당장 휴전을 하라는 것은 하마스에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할 기회를 주는 데 불과하다”라는 이유를 댔다. 평화를 지지한다면서 휴전을 반대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동맹국이 포함된 아랍권은 일제히 미국을 규탄했다.

 

결의안을 제출한 UAE의 무함마드 아부샤합 유엔 주재 차석대사는 “가자 지구를 향한 가차 없는 폭격을 중단하라는 요구에 단결할 수 없다면 우리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가?”라고 미국에 물었다.

 

하마스 지도부 일원인 에자트 엘 레시크는 성명에서 “미국의 휴전 결의안 거부권 행사는 비윤리적이고 비인도적이다. 이 결정은 팔레스타인인에 대해 ‘인종청소’를 자행하는 점령군(이스라엘)의 학살 행위에 직접 가담하는 것”이라고 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미 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이 그들(미국)을 대량학살의 협력자로 만들었다”라면서 “(이스라엘) 점령군의 손에 죽어간 가자 지구 내 팔레스타인 어린이와 여성, 노인들의 참사”에 관해 미국에 책임을 물었다고 했다.

 

카타르,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등의 외교부 장관들은 워싱턴에서 만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을 향해 미국에 실망했다면서 이스라엘이 휴전을 받아들이도록 “더욱 광범위한 역할”을 맡으라고 촉구했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부 장관은 자국 방송과의 대담에서 미국의 거부권 행사에 “완전히 실망했다”라면서 “우리 친구들은 미국이 이 문제에서 고립돼 있다는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라고 밝혔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부 장관도 미국의 거부권 행사에 “극도로 실망했다”라면서 “한 나라(팔레스타인)가 전 세계에 맞서고 있고 전 세계는 그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팔-이 전쟁이 지속되는 한 아랍 국가들은 미국을 돕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우리 모두(아랍 동맹국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라고 했다.

 

유엔도 미국을 규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2월 10일 카타르에서 열린 2023 도하 포럼 개막식에서 미국의 거부권 행사를 두고 “안보리의 권위와 신뢰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라면서 안보리의 구조 개혁과 유엔 헌장, 국제법에 바탕을 둔 국제질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팔-이 전쟁으로 100명이 넘는 직원이 희생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의 필립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지금 가자 지구의 지옥 같은 상황을 끝내기 위해선 인도주의적 휴전이 필요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면서 미국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루이스 샤르보노 유엔 담당 국장은 미국을 향해 “전쟁범죄의 공모자”가 될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북·중·러도 미국을 직간접적으로 규탄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달리 팔-이 전쟁의 휴전을 촉구하는 안보리 표결에 찬성했다. 또 이전부터 여러 차례 팔레스타인의 관점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2국가 해법을 해결책으로 제시해 왔다.

 

특히 김선경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은 12월 10일 담화에서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염원이 오만무례한 일개 상임이사국의 독단과 전횡에 의해 또다시 무참히 짓밟혔다”라면서 “수만 명의 민간인들을 학살한 동맹국을 비호하여 거부권을 남용한 것은 불법 무도한 이중기준의 발현이기 전에 반인륜적인 악행의 극치”라며 미국을 강하게 규탄했다.

 

유럽연합(EU)도 이스라엘의 행위를 규탄하며 간접적으로 미국 규탄에 나섰다.

 

EU 외교 수장인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2월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부 장관 회의 뒤 가자 지구의 상황에 관해 “가자 지구 내 건물 파괴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 도시들이 겪었던 파괴보다도 심하다”라면서 이스라엘의 군사 대응이 “믿기 힘든 수의 민간인 사상자를 낳았다”라고 지적했다. 

 

보렐 고위대표의 발언은 팔-이 전쟁이 지속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받는 고통이 극심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또 보렐 대표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이스라엘인을 대상으로 제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유엔, EU, 북·중·러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미국 규탄에 나선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예를 들어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EU는 미국의 편에서 북·중·러를 비판한 적도 있어, 북·중·러와 이해관계가 꼭 맞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을 옹호하는 미국이 국제사회를 ‘미국 규탄’으로 단결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이 스스로 전 세계에 등을 돌리며 고립돼 가는 국면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팔레스타인의 민간인 희생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12월 12일 가자 지구 보건 당국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인이 1만 8,20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학살의 ‘공범’을 자처한 미국의 이스라엘 옹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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