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현재,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부산촛불대행진’을 책임지는 부산촛불행동 자원봉사단의 숫자다. 이들은 촛불시민을 위하는 헌신과 열정으로 하나 돼 일당백의 몫을 해내고 있다고 한다.
서울 숭례문과 시청 사이 대로에서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이 열린 3월 16일 오후 2시. 부산에서 서울행 KTX를 타고 막 도착한 박조홍 씨는 자봉단 조끼를 입고 있었다. 부산촛불행동 자봉단 소속인 박조홍 씨는 전국 집중 때면 일찍 서울로 올라와 일손을 돕고 있다.
박조홍 씨는 ‘딴지일보 촛불자봉단’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박조홍 씨는 2019년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개혁·조국수호 촛불집회’ 자봉단 활동을 시작으로 꾸준히 자봉단 활동을 해왔다.
딴지일보 자봉단이 다른 행사가 있어서 따로 부스가 없던 이날, 박조홍 씨는 촛불행동 자봉단 조끼를 입고 자봉단 일을 도왔다.
박조홍 씨는 코로나19로 학원이 문을 닫기 전까지 25년 동안 영어 강사를 했다. 지금은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자봉단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박조홍 씨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윤석열 탄핵 민심’도 알리고 있다.
이 밖에도 박조홍 씨는 가방에서 미리 사둔 장갑을 꺼내 어르신들에게 주는 등 촛불시민들을 위하고 있다고 한다.
박조홍 씨에게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봤다.
1. 촛불시민들을 잘 챙기신다고요.
부산은 보통 젊은이들 부모님이 국힘당 성향입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집회에 혼자 참여하고 낯설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젊은이들에게 주려고 세월호참사 리본, 이태원참사 리본 같을 걸 가방에 넣어 다녀요. 리본을 나눠주면서 ‘다음에 오면 아는 척해 달라’고 하는데요. 집회에 나오는 또래 친구들도 있으니까, 젊은이들이 서로 얼굴도 알고 지내면 좋겠습니다.
2. 자봉단 활동은 어떤가요?
자봉단에서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안전선을 설치합니다. 저는 시민들에게 핫팩과 먹을 것을 드리기도 하는데요. 멀리 다른 지역에서 온 시민들을 챙기는 게 너무 좋아요. 사실 안 좋을 수가 없잖아요. 주민센터 수업이 있는데 평일이라 집회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집회가 있는 토요일은 아예 일정을 빼놨어요. 특별히 힘들지는 않고요. 일정에 맞춰서 쉬니까 딱 자봉단 활동할 때 기분 좋게 하려고 하죠.
이야기를 마친 박조홍 씨는 생수 한 병을 사 들고 곧장 자봉단 활동을 시작했다.
박조홍 씨는 전국 곳곳에서 모인 시민들이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또 외국인들에게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촛불을 드는 이유를 설명하느라 바빴다.
3월 23일 부산촛불대행진이 열린 부산 수영역 앞. 집회가 시작되기 전 4시부터 자봉단원들이 모여 있었다. 이곳에서 또다시 만난 박조홍 씨는 “단장님 이거 어디에 쓸 겁니까?”, “행진에서 이 선전물 들어주실 분?”이라고 외치며 분주했다.
윤혜선 부산촛불행동 자봉단장은 박조홍 씨가 부산 집회 때 시민들이 앉을 수 있는 방석을 챙기고, 하수구 근처에 앉을 때 악취가 나지 않기 위한 대책 등을 세심히 챙긴다고 전했다. 윤혜선 단장은 자봉단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부산촛불행동 자봉단은 2년 전 10.29이태원참사 이후 부산에서 추모 집회를 마련하면서부터 본격 시작했습니다. 집회에서 시민들에게 추모 리본도 나눠드려야 해서 손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요. 그래서 자봉단원을 적극 모집했고 힘을 보태고 싶다고 하신 분들이 한 명씩 모여서 함께하게 됐습니다. 도중에 자봉단원이 바뀌기도 했는데 지금은 9명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단원들의 역할을 정확하게 나누지는 않았는데요. 매주 그때그때 필요한 일들을 정해서 같이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많으신데 되게 적극적이고 어떤 부탁을 드려도 뭐든 하겠다는 자세라서 일할 때 다들 힘이 나죠. 안전을 담당하는 단원도 있고요. 홍보를 맡아서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드리고 선전물을 드는 단원도 있습니다.
또 ‘윤석열 탄핵 100만 범국민 선언’ 서명을 받는 단원도 있고요. 집회 현장에 필요한 물품들을 잘 챙기고 참가자들이 궁금해하는 점이나 세세한 것들을 잘 챙겨서 알려드리는 단원도 있습니다. 행진할 때 걷기 힘든 단원은 남아서 집회 장소에서 뒷정리를 하고요. 다른 단원들은 행진 때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거나, 선전물 같은 물품을 나누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집회가 끝날 때에는 다 같이 청소하고 정리하는데요. 누가 먼저 가지 않고 끝까지 항상 마무리를 잘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무리할 때 오늘 좋았던 점, 부족했던 점을 평가하면서 다음 주에는 준비를 더 잘 해보자는 이야기도 나눕니다.
2. 자봉단은 언제 모이나요?
토요일 집회 말고도 총선을 앞두고 매일 저녁 수영구, 해운대구에서 윤석열 탄핵 선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을 탄핵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이유를 선전물로 만들어서 1시간씩 장소를 정해서 선전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자봉단원들이 먼저 모범을 많이 보이고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일요일에는 해운대에서 부산 촛불행동 걷기 대회를 하는데 촛불집회에 못 나왔던 분들도 많이 나오십니다. 이때도 자봉단이 적극 결합해서 같이 하고 있어요.
또 자봉단은 촛불 소식지 모임, 총선 계획 토론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3. 시민들과 만나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르신들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행진하는 거리가 꽤 길기도 하고 빨리 걸어야 하는 때도 많거든요.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불편한데도 끝까지 함께하려고 힘을 보태주십니다. 정말 대단하시다 싶은 생각이 많이 들죠. 또 초콜릿을 주시는 분도 많고 더운 여름에는 항상 아이스커피나 차가운 얼음물을 주는 분도 있었어요. 자봉단을 보면 수고하신다는 말씀도 많이 해주시는데 항상 감사하죠.
4. 부산촛불 자봉단 하면 떠오르는 것은?
헌신이오. ‘항상 저부터 먼저 앞장서서 하겠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려 합니다.
또 좋은 분들을 알게 된 것이 기쁩니다. 우리가 모이면 ‘윤석열은 너무 싫지만, 윤석열한테 고마운 게 딱 하나 있는데 이 사람들을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자봉단에는 아주 자상하고 좋은 분들이 다 모였습니다.
5. 촛불시민들에게 한마디.
촛불시민들은 어떤 상황이든 함께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데요. 촛불시민들을 보면서 감동할 때가 많습니다. 촛불시민들 속에 있으니까 탄핵국회를 건설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절실하게 들더라고요. 자봉단이 시민들에게 더 많은 가르침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하고요. 촛불시민들의 열망이 꼭 이루어지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6. 자봉단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고요?
부산촛불행동 해운대 남구 지부가 해운대구, 남구, 수영구까지 확대됐는데요. 자봉단 활동을 열심히 하시는 선생님들이 지부에서도 활동을 많이 하고 계세요. 지금 해운대 남구 지부에 13명이 있는데요. 자봉단 경험이 있으니까 훨씬 활력이 넘치고 더 많은 역할을 맡고 같이 참가하는 선생님들도 잘 챙기죠. 그래서 우리끼리 ‘자봉단이 샘물이 돼 지부를 더 튼튼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해요.
7. 다른 지부를 만들 계획은?
금정구·동래구·연제구를 합쳐서 새롭게 ‘금동연 지부’를 만들려 준비하고 있습니다. 단원들이 지부를 새로 만들고 확장하는 데 더 역할을 많이 하면 좋겠습니다.
이날 자봉단은 집회에 함께한 200명의 참가자들과 어우러졌다. 시민들은 골목골목을 훑는 행진에서 박수와 엄지 척을 했다. 또 ‘부산이 바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더 이상 국힘당의 지지세가 강해 민주개혁진보진영의 험지로 불렸던 과거의 부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참가자들에게 자주독립 단지기 깃발을 망토처럼 둘러주고, 시민들에게 구호가 적힌 선전물을 나눠주며 자동차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등 매 순간 자봉단의 손길이 있었다.
최지웅 부산촛불행동 공동대표도 시민들을 위한 기획을 부산촛불 자봉단에 제안하는 등 적극 돕고 있다고 한다.
헌신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부산촛불 자봉단의 기세는 나날이 더해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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