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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69] 정의당의 몰락에 정의가 있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5/29 [11:15]

[정조준69] 정의당의 몰락에 정의가 있다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5/29 [11:15]

2020년 총선에서 10% 가까이 득표하고 6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켰던 정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2% 초반의 저조한 득표율과 당선자 0명을 기록하며 몰락하였습니다. 정의당은 스스로 진보를 표방했지만 탄생부터 몰락까지의 역사를 돌아보면 정의당은 진보의 탈을 쓴 반(反)진보, ‘정의’라는 단어를 오염시킨 반(反)정의, 권력을 위해 독재세력에 부역한 반민주세력이었습니다. 정의당이 몰락하면서 이 땅에 아직 정의가 살아있다는 희망이 커졌습니다.

 

정의당의 몰락이 정의 구현

 

2012년 10월, 통합진보당에서 탈당한 세력들이 진보정의당을 창당했습니다. 정의당 창당을 주도한 세력은 유시민이 주도하는 참여계, 노회찬·심상정이 주도하는 진보신당계, 이정미 등이 있던 이른바 ‘인천연합계’ 등이었습니다. 2013년 당명을 정의당으로 바꿨고 올해 총선을 앞두고는 녹색당과 합당하여 녹색정의당이 되었다가 다시 당명을 정의당으로 바꿨습니다. 

 

이들은 통합진보당을 대신해 자기가 진보정당을 대표한다고 표방하였고 언론도 통합진보당을 철저히 외면하고 정의당만 띄워주었습니다. 한겨레는 ‘정의당 기관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골적으로 정의당을 밀어주었고, 조중동은 민주당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정의당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특히 정의당 당원이었던 진중권 교수가 이들에겐 아주 유용했습니다. 

 

심지어 극우세력도 정의당을 앞세워 통합진보당을 없애려 하였습니다. 극우 인사들이 만든 ‘통합진보당 해산촉구 백만인서명운동본부’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장하면서 “이 나라에 진보정당이 있어야 한다면 그것은 진보정의당으로도 충분하다”라고 하였습니다. 극우세력이 볼 때 통합진보당은 위험한 세력이지만 정의당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런 결과 정의당은 한때 지지율이 10% 이상 나오고 2020년 총선에서 6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키며 제삼당의 지위에 안착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정의당이 보여줬던 모습은 국민의 기대와 전혀 달랐습니다. 특히 선거 때마다 국민의 요구보다는 권력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며 ‘국힘당 2중대’라는 비난을 자초했습니다. 그 결과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였고 이번 총선에서 결정적으로 몰락하였습니다. 

 

정의당의 몰락은 한국 사회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정의당은 반(反)정의당이며 이런 정당은 사라지는 것이 정의 구현입니다. 

 

정의당은 종(從)국가보안법 정당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국가보안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보안법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치안유지법의 주요 조항을 그대로 베껴서 만든 악법입니다. 독재정권은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는 도구로 국가보안법을 즐겨 써먹었습니다. 국가보안법은 그 특유의 모호한 조항 때문에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북한의 주장에 동조했다’라고 덮어씌워 손쉽게 탄압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많은 민주화 운동가들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았다가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2013년에는 ‘4대강 사업 때문에 녹조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북한 언론 보도와 같다는 이유로 국가정보원이 환경운동연합을 ‘종북세력’으로 분류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시민단체의 주장을 북한 언론이 보도하면 그 시민단체가 ‘종북세력’이 되는 것입니다. 

 

또 국가보안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 인간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반인권 악법입니다. 

 

특히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적으로 규정해야 작동하는 법이기 때문에 국민의 반북 의식을 키우고 통일을 가로막으며 분단체제를 강화합니다. 독재세력이 좋아하는 ‘빨갱이 타령’과 국가보안법은 한 몸이나 다름없습니다. 색깔론, 종북몰이를 하는 세력은 국가보안법을 따르는 세력, 즉 종(從)국가보안법 세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보세력은 국가보안법을 반민주, 반인권, 반민족 악법으로 규정합니다.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는 것은 진보의 기본 요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의당은 진보정당을 표방하면서도 국가보안법을 추종했습니다. 

 

정의당의 핵심세력인 진보신당계는 이른바 ‘일심회 사건’을 계기로 2008년 민주노동당에서 탈당한 세력입니다. 

 

일심회 사건은 2006년 검찰이 ‘일심회’라는 단체가 북한 공작원과 접촉했다며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 등을 체포한 사건입니다. 재판 결과 대법원은 2007년 12월 13일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결성죄 혐의에 무죄를 선고해 ‘일심회’의 존재가 없음을 인정했습니다. 6.15남북공동선언 발표 이후 최대의 간첩단 사건이라며 호들갑을 떨던 보수세력의 공세가 모두 거짓이 된 것입니다. 다만 다른 혐의들에는 유죄를 선고해 5명이 실형을 살았습니다. 

 

그러자 심상정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친북 노선 청산”을 주장하며 2008년 2월 3일 임시 당대회에서 이른바 ‘일심회’ 관계자 제명안을 상정했습니다. 제명안을 둘러싸고 민주노동당은 찬반양론으로 갈렸습니다. 

 

제명 찬성파는 이 사건을 국가보안법 사건이 아닌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규정하며 당원 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하는 해당행위(당을 해치는 행위)를 했으니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건 재판 자료를 당사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당 홈페이지에 공개해 버렸습니다. 

 

또 이들은 사건 관계자들이 평소에 했던 ‘북한은 미국의 핵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핵개발을 했다’, ‘미군 철수와 북핵 폐기를 연계하자’는 등의 주장을 두고 ‘편향적 친북행위’라며 이것이 당헌·당규와 강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핵 즉각 폐기’를 주장해야 당 강령에 맞다는 것입니다. 또 북한 인권 문제나 국군포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민주노동당에 ‘친북정당’ 이미지가 생겼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이들은 제명 반대파를 공공연히 ‘종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당시에는 사회에서 ‘종북’이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을 때였습니다. 사실상 이들이 한국 사회에 ‘종북’이라는 말을 유행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옛날로 치면 ‘빨갱이’라는 말을 유행시킨 것과 비슷합니다. 

 

반면 제명 반대파는 이 사건이 17대 대선을 앞두고 보수세력이 조작한 국가보안법 사건이며 당사자가 사건을 부인하는데 공안기관의 주장을 근거로 징계하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인식 서울 중구위원회 위원장은 “당연히 출소해서 소명하는 기회를 줘야지 항변권이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 징계는 옳지 않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사건 변호인인 김승교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은 법전에서 찢어 쓰레기통으로 가야 할 법이다. 쓰레기 법, 쓰레기 판결문을 근거로 당에서 결정해선 안 된다. 우리가 이들을 제명하면 결국 국가보안법에 굴복하고 국가보안법을 강화시키게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여기서 징계하면 앞으로도 공안당국이 조작 사건을 일으킬 때마다 진보세력은 동지들을 쳐내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논란 끝에 결국 제명안이 부결되자 제명 찬성파는 반대파를 “주사파 종북주의”라고 비난하며 퇴장했고 결국 탈당하여 진보신당을 만들었습니다. 

 

▲ 제명안이 부결되자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심상정.  © 진보정치


이처럼 정의당의 주요세력 가운데 하나였던 진보신당계는 겉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쳤지만 속으로는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진보정당 내 경쟁세력을 축출하려 하였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라면 당내에 국가보안법 사건이 터졌을 때 당연히 국가보안법을 부정하며 사건 관계자를 피해자로 대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는 정반대였습니다. ‘평소 반미, 통일을 주장해서 싫었는데 제대로 걸렸다’는 투였습니다. 

 

또 보수세력도 쓰지 않던 ‘종북’이라는 말을 쓰면서 색깔론, 종북몰이를 하였는데 이 역시 이들이 국가보안법을 따르는 세력, 종(從)국가보안법 세력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들의 종북몰이는 정의당이 반(反)진보, 반(反)정의 정당임을 입증합니다. 

 

5년의 세월이 흐른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국민들은 헌법 밖의 진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진보세력도 헌법과 법을 잘 지키고 그 테두리 안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헌법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헌법 안에서 안주할 게 아니라 헌법을 바꿔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앞장에서 해야 하는 세력이 바로 진보세력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의 헌법에는 국가보안법의 근거가 되는 ‘영토 조항’이 들어 있습니다. 물론 그 전의 헌법에도 있는 내용입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는 조항 때문에 한반도의 북쪽지역은 ‘반국가단체가 불법으로 점거한 지역’이 됩니다. 국가보안법에는 ‘북한’이 등장하지 않지만 헌법의 영토 조항에 따라 자동으로 북한이 ‘반국가단체’로 됩니다. 

 

결국 심 의원의 주장은 국가보안법을 인정하고 진보세력도 국가보안법 테두리 안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그의 주장이 통합진보당 ‘내란 음모 사건’을 겨냥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분명히 그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정의당은 반민주 정당

 

정의당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2월과 9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정의당의 논리는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반대가 당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체포동의안 찬성이 구속 찬성은 아니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았습니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은 독재정권이 국회를 부당하게 탄압하는 것에 대비한 장치입니다. 이 제도의 유래를 찾아보면 무려 13세기 영국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제헌헌법 이래 계속 헌법에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명시해 왔습니다. 불체포 특권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충분히 정착하고 정부가 국회를 탄압하지 않아야 하는데 입법부와 행정부가 서로를 견제하는 삼권분립이 유지되는 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선진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은 불체포 특권이 필요 없는 상황일까요?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검찰독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체포 특권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 불체포 특권을 반대하는 것은 국회를 정치검찰의 먹잇감으로 가져다 바치는 꼴입니다. 

 

그런데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023년 2월 14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검찰과 권력이) 없는 죄를 만들어서 증거를 조작하거나 이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라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13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조작에 연루돼 징계를 받고 퇴직한 이시원 검사를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한 게 정의당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제 논란이 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살펴봅시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 성남 FC 사건, 푸른위례프로젝트 사건 등을 끌어모아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각각은 모두 사건으로 성립할 수도 없는 황당한 것들입니다. 이것 말고도 검찰은 이 대표를 쌍방울과 엮어 무슨 대북 송금 사건을 만들었는데 최근 뉴스타파가 국정원 문건을 입수해 공개하면서 역시 검찰의 소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국회 비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에 출석해 실질심사를 받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무시하고 굳이 국회 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민주당을 분열시키고 방탄정당 혹은 ‘대표의 뒤통수를 친 정당’으로 만들려는 정치적 노림수였습니다. 

 

검찰이 몇 년째 온갖 사건들로 돌아가며 이 대표를 공격하는 이유는 뻔합니다. 윤석열 정권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검찰독재세력이 반윤석열 세력을 제압하려는 민주 말살 책동입니다. 그래서 다수의 국민은 검찰의 영장 청구를 규탄했고 체포동의안 가결을 막기 위해 국회 앞에 모여 대규모 시위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정의당은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폭거를 저질렀습니다. 정권의 야당 탄압에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이는 반민주, 반(反)정의 폭거였습니다. 물론 조중동은 정의당의 결정을 크게 보도하며 환영하였습니다. 

 

정의당이 이런 당론을 채택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차별화를 통해 지지층을 늘려보자는 속셈이었습니다. 어차피 이재명 지지층은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므로 ‘비명계’를 포섭하자는 것입니다. 전형적인 선거공학, 기회주의 행태였습니다. 

 

정의당의 체포동의안 찬성은 단순히 가결에 6표를 더한 의미로 끝나지 않습니다. 진보정당도 체포에 동의했다는 그림을 그려 검찰과 정권의 이 대표 탄압이 정상적 사법 절차일 뿐 야당 탄압이 아니라는 저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입니다. 

 

정의당은 반민주, 반민족, 반(反)정의 행태를 통해 조중동의 사랑을 받고 자기 세력을 확장하려 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용납할 수 없는 진보 말살, 정의 말살 행태입니다.

 

정의당은 분열주의 세력

 

정의당 세력이 통합진보당에서 탈당할 때 명분은 2012년 총선 비례대표 후보 선출 과정의 부정 의혹이었습니다. 

 

2012년 1월 민주노동당(이정희계), 새진보통합연대(심상정계), 국민참여당(유시민계)의 합당으로 통합진보당이 출범했습니다. 여기서 새진보통합연대는 진보신당 탈당파 단체로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등이 주도하였습니다. 그리고 4월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은 13석을 확보해 제삼당이 되었습니다. 목표였던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는 실패했지만 기존의 7석에서 크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총선이 끝나고 얼마 안 지난 5월 2일 조준호 통합진보당 비례대표선거 진상조사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충격적인 진상조사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에서 이정희계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기자회견 이후 거의 모든 언론과 정당, 지식인이 통합진보당 내 이정희계를 맹공격했습니다. 공격은 특히 이석기, 김재연 두 당선인에게 집중됐습니다. 

 

통합진보당이 만신창이가 되자 심상정계, 유시민계와 함께 이정미 등 이른바 ‘인천연합’이 탈당하여 지금의 정의당을 만들었습니다. 유시민도 당시 탈당해 정의당에 몸담았다가 2013년 정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 통합진보당 사태를 돌아보면 비례대표 경선에서 밀렸던 정의당 세력이 비례대표 앞순위를 받은 이정희계를 밀어내고 국회의원 배지와 당권을 차지하려는 쿠데타였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가장 분명한 증거는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입니다. 검찰과 사법부가 ‘종북세력’으로 공격받는 이정희계를 편들어줄 리는 없고 오히려 편파 수사로 그들을 더욱 가혹하게 탄압하고자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부정 경선 피해자를 자처했던 유시민계 오옥만이 부정선거를 주도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주요 인사들 가운데 기소된 다른 인물들도 고영삼, 이영희 등 대부분 유시민계였습니다. 이들이 부정 경선 조사를 요구하고 조사위원까지 추천했다는 점에서 어이없는 결과라 하겠습니다. 오옥만은 2013년 11월 29일 제주지방법원에서 부정 경선에 관여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반대로 집중 공격을 받았던 이정희계의 이석기, 김재연은 검찰이 아무리 뒤져도 혐의가 안 나와 기소조차 못 했습니다. 한마디로 도둑이 매를 든 사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누명을 씌운 파렴치한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사실 당시에도 통합진보당 사태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뺑소니 사고’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언론과 정치인, 지식인은 이를 철저히 묵살했습니다. 조금만 사건을 들여다보면 의혹이 쏟아지는데도 말입니다. 

 

처음 진상조사위를 결성한 이유는 윤금순과 오옥만의 부정 시비를 가리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진상조사위 보고서에는 아예 이들을 조사한 내용이 없고 엉뚱하게 이석기 관련 내용만 나왔습니다. 애초에 진상조사위 구성부터 부정 의혹을 제기한 측과 제기 받은 측으로 꾸려놓았으니 진상조사가 객관적으로 될 수가 없었습니다. 

 

진상조사위가 조사 결과를 당 대표단에 보고하지 않고 언론에 먼저 발표한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심지어 언론 발표 시점에서 진상조사보고서는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였습니다. 

 

2012년 5월 12일에 열린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는 파행을 겪었습니다. 공동대표단에서 합의되지 않은 안건이 중앙위로 넘어오는 절차상 문제가 발생했고, 일부 중앙위원이 반대를 외치고 있는데 심상정 의장이 만장일치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는 ‘날치기’ 통과를 하였습니다. 진보정당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독재세력이 즐겨하는 이런 식의 운영을 하는 것은 어떤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정의당 세력이 이런 파렴치한 사건을 벌인 이유는 권력 때문이었습니다. 김철민 수원시민신문 기자가 『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들녘, 2012)에 쓴 아래의 글은 사태의 배경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 결과가 모든 것을 이야기해 준다. 총선 결과 뚜껑이 열렸다. 당권파(이정희계를 지칭-필자 주) 절반의 승리, 울산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 전멸, 참여계는 1석만 얻고 전멸, PD계 노회찬과 심상정 정도만 살아남았다. 이런 총선 결과를 받아보고 유시민과 심상정은 거의 패닉에 빠진다. …중략… 당권파를 그대로 두고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을 절망적으로 느낀다. 카드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중략… 당권파의 흠집과 부정이 필요했다. …중략… 새로운 당권을 향한 유시민과 조준호, 심상정에게는 당내투쟁이 더 급했고,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위의 책 304~305쪽.)

 

금배지와 당권에 눈이 멀어 민중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진보정당을 파괴한 게 정의당입니다. 이들은 그런 만행을 저지르고도 끝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자 탈당하며 진보민주세력을 갈가리 찢는 분열 행각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당시 사태 때문에 많은 국민이 진보세력에 실망하였고 이후 진보운동은 엄청난 탄압과 시련을 겪게 됩니다. 

 

유시민이 지금은 반윤석열 내용으로 긍정적인 발언을 많이 하고 그래서 정의당의 심상정처럼 몰락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유시민계가 저지른 파렴치한 범죄에 관해 그리고 유시민 본인도 분열 행각의 장본인으로서 이 문제를 언젠가는 해명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적반하장, 모략질로 동지의 등에 칼을 꽂고 탄생한 정의당은 출발부터 분열주의 정당이었으며 반(反)정의 자체였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진보민주세력인 척 대중을 기만하다가 지난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면서 또다시 민주세력을 분열시켰습니다. 

 

정의당은 태생적인 분열주의 정당으로 분열을 밥 먹듯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지율이 높을 때도 당권을 차지하려고 아귀다툼을 하지만 당이 어려워지면 당내 계파들의 분탕질이 더 심해집니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2023년 하반기 보궐선거에서 연달아 참패하자 총선을 앞두고 사분오열한 것도 이들의 본색을 드러낸 것에 불과합니다. 이들은 권력을 좇아 일부는 녹색당과 손을 잡고, 일부는 새로운미래에 입당하고, 일부는 개혁신당에 들어갔습니다. 아예 정의당 해체를 주장하다 탈당한 류호정 같은 인물도 있습니다. 총선에서 참패했으니 정의당의 분열과 혼란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처럼 정의당의 몰락은 스스로 자초한 것입니다. 국민은 총선에서 정의당을 준엄하게 심판해 정의가 살아있음을 똑똑히 보여주었습니다. 

 

진보민주정당들은 정의당의 몰락에서 교훈을 찾아야 합니다. 권력에 눈이 멀어 자주, 민주, 통일이라는 진보의 가치, 역사의 과제에서 벗어나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리고 자주, 민주, 통일을 기치로 단결을 지향해야 자기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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